"신뢰에 문제가 있다." "너무 빨리 화를 낸다."

오는 6일 열리는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와 좌파의 세골렌 루아얄이 2일 1 대 1 TV토론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사르코지는 자신의 강성 이미지에 대한 일부 반감을 의식해선지 상대적으로 감정을 자제한 반면 루아얄은 이번 토론을 반전의 기회로 판단한 듯 시종일관 공세를 펼쳤다.

포문은 루아얄이 먼저 열었다.

루아얄은 사르코지가 현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사실을 지적하며 "지난 5년간 무엇을 했나.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사르코지는 루아얄이 너무 빨리 화를 내고 너무 쉽게 궤도에서 이탈한다며 "대통령은 매우 진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받아쳤다.

두 후보는 정부 부채 감축,징병제를 대체하는 시민 복무제 도입,주 35시간 노동제 등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사르코지가 "과거 사회당 정권이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는 프랑스 경제에 완전한 재앙이었다"고 공격하자 루아얄은 "그렇다면 현 정부는 왜 35시간 근로제를 폐지하는 데 실패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연금 문제와 관련,루아얄이 연금 인상을 위해 주식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사르코지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라며 압박했다.

에너지 관련 통계와 개념을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했다.

루아얄이 프랑스가 소비하는 전력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묻자 사르코지는 '절반'이라고 답했고 루아얄은 '17%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재무부 통계를 인용,소비전력의 78%가 원전으로부터 공급된다며 "두 후보가 모두 틀렸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장애 아동 문제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사르코지가 "장애 아동에게도 일반 학교 입학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하자 루아얄은 과거 자신이 교육장관으로 있을 때 도입한 장애 아동 편의 조치를 현 정권이 없앴다며 "이는 정치적인 비도덕성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사르코지는 "나는 귀하의 진실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귀하도 나의 도덕성을 문제 삼지 마라.귀하는 너무 쉽게 화를 낸다"고 반박했다.

이번 토론은 예상 시간보다 40분 초과해 2시간40분간 진행됐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대체로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치 평론가인 아니타 오세는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말했을 뿐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승자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상대적으로 국내 문제에만 치중하고 외교 문제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