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명이 주시할 TV토론이 관건

프랑스 대선전이 3일 기준으로 D-3이 되는 가운데 우파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가 지지도에서 우세를 지키지만 차이가 근소한데다 좌파 후보 세골렌 루아얄의 막판 선전에 따른 역전 가능성도 큰 만큼 예측 불허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일 저녁 열리는 두 후보 간 TV 토론이 막바지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전은 누가 당선되든,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50대 대통령이 탄생하며 세대교체를 이룬다는 점,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좌.우 및 남녀 후보의 대결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사르코지 박빙 우세..루아얄의 반전 가능성
2일 공개된 BVA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르코지가 52%의 지지도를 기록, 48%의 루아얄에 여전히 앞섰다.

이런 결과는 이 기관의 직전 조사에서 나온 53% 대 47% 보다 격차를 다소 줄인 것이다.

1일 공개된 입소스의 조사에선 사르코지가 53%대 47%로 앞섰다.

입소스의 조사에서는 또 1차투표 때 중도 후보 프랑수아 바이루를 찍은 사람의 41%는 루아얄에게, 32%는 사르코지에게 표를 주겠다고 답했다.

또 1차투표 때 비(非) 사회당 좌파후보들에게 표를 준 사람의 74%는 루아얄에게, 10%는 사르코지에게 표를 주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1차투표 때 극우후보 장-마리 르펜을 지지한 사람의 61%는 사르코지를, 15%는 루아얄을 찍겠다고 응답했다.

중도 및 극좌 지지표가 루아얄 쪽으로, 극우 지지표는 사르코지 쪽으로 많이 갈 것이란 예측이지만, 전체적인 판세에서는 루아얄이 사르코지를 따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강력한 법과 질서 정책, 저돌적인 언행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도 적잖이 존재하는 만큼, 반(反) 사르코지 표가 어느 정도 결집하느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 TV 토론에 막판 승부 걸어
2일 2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주시하는 후보 TV토론이 부동표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분기점이 된다.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될 토론은 또 정치적 야망에 불타는 전후세대 남녀 후보의 대결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TV 토론이 대선전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아얄은 사르코지가 지난 5년간 우파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점을 들어, 그의 정책 실적에 초점을 맞춰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르코지가 성격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일부 민심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아얄은 노동절인 1일 파리의 샤를레티 경기장에서 6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유세에서 사르코지의 '과격성'을 집중 공격했다.

루아얄은 "야만성 없는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

야만성이 사회 평화와 시민 평화를 위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변호사 출신의 달변가인 사르코지는 특유의 저돌적인 어조와 비상한 기억력으로 여성 후보 루아얄을 압도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는 상대가 여성 후보인 만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가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과 관련, 상대가 여자라는 이유로 스스로 자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상대가 여자라서 봐준다면 이는 또 다른 남성 우월주의적인 태도라고 주장했다.

◇ '68년 혁명' 해석 논쟁
두 후보는 좌.우 진영의 대표자답게, 1968년 5월 대학가를 시작으로 전국을 뒤흔든 이른바 '68 혁명'의 성격을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사르코지는 지난달 29일 집회에서 1968년의 좌파 봉기가 사회와 노동에 대한 냉소주의 유산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좌파적인 관대한 노동자 보호 정책이 결과적으로 프랑스의 성장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루아얄은 1일 노동절에 맞춘 대규모 유세에서 68 혁명으로 인해 임금이 오르고 대학 운영이 현대화 됐으며, 공공의 자유가 신장하고 여성의 피임 및 유산 권리가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루아얄은 사르코지가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기 위해 또 다른 '1968년 5월'을 원한다고 공격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