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신제품 MP4 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해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인,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상하이 기술센터에서 진행,그 시제품을 공개했다.

경제주간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신호(4월30일)에서 소니의 사례를 들며 일본 전자회사들이 중국을 생산공장이나 시장으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국내 수준에 버금가는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한때 기술유출을 우려해 R&D 투자를 꺼려했던 이들이 중국과의 수평분업을 통해 중국발 글로벌 상품을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소니,MP4 신제품 중국서 첫 개발

소니가 지난달 말 공개한 MP4 플레이어는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만한 크기로 PC를 통해 동영상 전송이나 재생이 가능하고 초소형 스테레오 스피커가 내장돼 고품질 음향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다.

전적으로 상하이 기술센터 작품이다. 소니가 이 센터를 세운 것은 2005년 4월. 연구원은 200명으로 많지 않지만 그룹 내 위상은 일본 본사와 대등한 수준이며 개발 능력도 본사 연구소에 뒤지지 않는다. 소니가 기존 생산 라인에 없는 새로운 장르의 제품을 일본 이외 3국에서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본 전자업체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면서도 신제품 기획 및 설계는 국내를 고집해와 소니의 이번 신제품 개발은 관련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닛케이 비즈니스의 분석이다.

다카시노 시즈오 소니중국 대표는 "워크맨처럼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히트상품을 중국에서 시작해 세계시장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은 인터넷 이용인구만 1억명이 넘고 젊은이를 중심으로 유행 전파 속도가 빨라 MP4 신제품은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다카시노 대표는 1979년 탄생해 세계시장에 '소니' 브랜드를 알린 워크맨의 개발 주역.

그는 2005년 초 당시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으로부터 중국사업의 중장기 비전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글로벌 소비시장 변화의 물결을 타려면 중국에서 신상품의 기획,설계,생산,판매까지를 총괄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뒤 스스로 중국 법인장을 맡았다.


◆히타치,마쓰시타도 중국 R&D 강화

히타치는 슬림형 TV 개발 거점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이 회사는 올 들어 푸젠성에 있는 '히타치 디지털 프로덕트 차이나'에서 차세대 PDP TV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내수용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그동안 히타치는 최첨단 PDP TV 개발은 국내에서,기술이 많이 공개된 리어 프로젝션 TV는 중국에서 개발하는 '수직 분업' 체제였으나 이번에 전략을 바꾼 것이다.

이 회사는 3,4년 전부터 에어컨 신제품도 중국에서 개발하고 있다.

중국 내 PDP TV 사업을 담당하는 오기모토 노리오 부사장은 "일본 내 기술진의 저항이 있겠지만 모든 것을 국내에서 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중국을 일본에 버금가는 세계 2대 R&D 거점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60여개 현지 법인을 갖고 있는 마쓰시타전기는 R&D 강화를 위해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연구 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상하이에 '생활 연구센터'를 개설해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으며 작년 말 이공계 대졸자를 한꺼번에 600여명 뽑았다.

이는 전 세계 채용 인원의 40% 수준으로 일본(800명)과 비슷한 규모다.

회사 측은 앞으로 중국에서 매년 연구 인력을 500명 이상 채용하기로 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