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수영 경총 회장,김기문 중소기협중앙회장,고광석 무역협회 전무 등 경제 5단체 대표들과 취임 이후 첫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재계는 이 자리에서 △규제 개혁 △중소기업 상속세제 개선 △환율 및 정책금리 안정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 달라며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규제만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가업 상속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고 축적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관련 세제를 현실적,합리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

알아보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최저 임금제 및 주5일제,비정규직 문제 등은 저출산을 감안한 것"이라며 "재계도 사회적 변화 추세에 맞춰 변해야 한다"며 재계의 이해를 구했다.

또 "전문계 고교생들이 졸업 후 기업에서 현장경험을 쌓은 뒤 더 공부할 수 있도록 기업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재계가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규제 완화였다.

김석환 총리 공보수석은 "참석자들의 건의사항 중 상당 부분이 규제와 관련된 얘기였다"며 "외국처럼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고 꼭 필요한 규제만 해달라고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주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고광석 무역협회 전무는 "일본은 2002년 공장제한법,2006년 공장재배치촉진법 등을 잇달아 폐지하면서 해외로 나가던 기업들이 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대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토지에 대한 규제 완화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그린벨트 등 용도제한으로 묶인 땅을 풀어서 토지 공급을 늘려야지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노사관계 안정화와 생산성을 웃도는 고임금 구조 혁신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줄 것도 주문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최저임금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최저임금은 단순히 '이보다는 임금을 많이 줘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에 그치지 않고 임금 협상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매년 최저임금이 두자릿수 인상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들의 기술 축적,판매 노하우 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가업 승계는 불가피하다"며 "일본처럼 가업 승계가 가능하도록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알아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상속증여세율은 최고 50%이며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10∼15%의 할증과세가 적용돼 사실상 상속이 어려운 구조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가업 승계의 경우 세율을 낮춰주거나 과세이연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 밖에도 △정책금융금리 인하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 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한 총리가 재계의 요구를 경청하고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며 "한·미 FTA를 적극 추진하는 등 기업과 경제에 대해 잘 아는 총리인 만큼 정권 말기에 제 역할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홍열/유창재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