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소설요? 폼 잡고 쓴 소설도 아니고 폼 잡고 읽을 소설도 아니지만 세상 도처에 이삭처럼 떨어지는 삶의 편린을 주워 부담 없는 이야기로 만들기에 딱이죠."

작가 박상우씨(49)가 단막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집 '짬뽕'(하늘연못)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원고지 30장 안팎의 '짧고도 긴' 소설 20편이 들어있다.

분량을 굳이 30장으로 한 이유는 '40장이 넘어가면 기존의 단편소설과 차별성이 없고 20장 이내로 하기에는 주제를 다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주제라도 독자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과 '콩트보다 이야기성이 풍부하고 단편소설보다 편안한 형식'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겹쳐진 성과다.

"장편이나 중편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가볍고 묵혀두기에는 아까운 얘기들이 많은데,이런 주제들을 효과적으로 녹여내고 시의성 있는 문제까지 다룰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형식을 빌어 소설의 외연을 넓히고 싶은 생각도 있죠."

그는 형식의 일관성과 함께 소설의 주제도 '삶의 일상성'으로 통일시켰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담은 '밭에서 힘 쓰는 놈'과 노인 문제를 다룬 '머리에 검은 봉지 쓰고'는 흔하지 않은 소재에서 삶의 근원을 비춰낸 작품.군대 문제를 다룬 '계급보다 높은 것'과 인간의 순수성을 조명한 '순도 백 퍼센트의 진실'에서도 사회 구조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밀도감이 느껴진다.

분량이 적은 만큼 속도감 있는 전개도 특징.신세대 사랑법을 담은 '짝,짝,짝,짝짓기'의 주인공이 커플 만들기에 골몰하는 과정에서는 긴박감마저 느껴진다.

그는 "인생에서 얻어지는 자잘하고 소소한 재료를 지지고 볶고 삶아 때로는 경쾌하게,때로는 흐뭇하게,때로는 해낙낙하게 먹을 수 있는 짬뽕 한 그릇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6000자 소설을 쓰는 동안 그의 머리 속을 맴돈 건 결국 이 두 마디였을 것이다.

"짬뽕 같은 인생을 위하여,인생 같은 짬뽕을 위하여!"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