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가던 일본의 닛산자동차를 일으켜 세워 '경영의 귀재'로 평가받았던 카를로스 곤 사장의 신화가 막을 내리는가.

곤 사장은 7년 전 프랑스 르노 부사장으로 있다가 닛산 재생의 특명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온 후 한 해도 빠짐 없이 목표를 채워가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스스로 실패했다고 말할 정도로 부진한 실적을 거둬 신화창조가 벽에 부닥친 이유가 무엇인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닛산은 지난 3월 말에 끝난 2006 회계연도 중 4600억엔의 순이익을 기록,전년의 5230억엔에 훨씬 못 미쳤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도 목표치였던 전년 대비 10% 증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0.9% 증가에 그쳤다. 회사 전체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3%가량 감소했다.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16일자)는 부진의 원인으로 과도한 수치 목표 경영으로 인한 사원의 피로 누적,원맨 경영의 폐해,브랜드력 약화 등을 꼽았다.


◆직원들이 과도한 목표를 좇다가 지쳤다


곤 경영의 진수는 높은 목표를 내건 뒤 강력히 밀어붙이는 '커미트먼트(Commitment·공약) 경영'이다.

예컨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실시한 '닛산 180'도 성과 못지않게 부작용을 낳았다. 이 계획은 3년간 판매대수를 100만대 늘리고 영업이익률 8%를 달성하며 부채를 0으로 만든다는 것.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간에 6종의 신차를 대량 출시한 결과 현재 신차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재무 관련 수치 목표가 너무 많아 장기적인 회사 발전 대책이나 고객 관리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환경 대응 기술,품질,서비스 등에서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진다.

이에 따라 사내는 물론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서 공약 경영으로 인한 피로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지적했다.

지나치게 많은 목표를 내걸어 사원들은 어떤 것이 우선 순위인지 알기 어렵고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다.

곤 사장은 이에 대해 "커미트먼트 피로 현상은 교훈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닛산을 회생시킨 기본 정신은 살려나가면서 목표를 어떻게(How) 달성할지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곤 사장이 혼자서 다 결정했다

곤 사장의 리더십은 닛산 재생 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했으나 정상 궤도에 오른 지금은 "원맨 경영의 폐해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중요한 회사 업무를 혼자서 결정하는 그의 독선적인 스타일이 닛산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곤 사장은 2005년부터 르노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를 겸하고 있으며 올 3월까지 닛산자동차의 최대 주력 시장인 북미 사업의 총책임도 맡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제휴 교섭도 직접 진행했으나 결국 협상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곤 사장은 뒤늦게 비판을 수용,회사 의사 결정 기관인 경영위원회 멤버를 7인에서 9명으로 늘렸으며 북미 사업을 니시카와 히로토 부사장에게 넘겼다.




◆브랜드력이 뒤졌다

자동차 회사들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 관련 기술에서 닛산은 국내외 경쟁사에 비해 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요타는 올 2월까지 세계시장에 92만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일본 시장에 고급 차종인 '렉서스'를 도입하는 등 브랜드 전략도 뛰어나다.

혼다는 가솔린 자동차 수준으로 환경 공해가 적은 디젤차를 2009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닛산은 지난해 12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2010년까지 제품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환경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에 비해 환경차 전략에서 크게 낙후돼 있다.

단기적인 경영 효율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장래 기술을 위한 선행 투자나 의욕적인 신차 개발,브랜드 전략 등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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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스 곤 누구인가

카를로스 곤(53)은 타임 비즈니스위크 등 유력 언론에서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이후 세계 최고 경영자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브라질에서 레바논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 최고 명문인 에콜 폴리테크니크(국립 공과대학)를 졸업한 뒤 타이어 메이커 미쉐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6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며 입사 후 2년 만에 공장장에 오를 정도로 젊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 미쉐린에서 르노자동차의 2인자로 스카우트된 후 공장 폐쇄 등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재무제표를 중시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코스트 킬러(cost kill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닛산 경영을 맡은 뒤 4년간 도쿄대 출신이 절반이 넘는 임원의 60% 이상을 갈아치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