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안되는 車 곧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을 겨냥해 치열한 저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저가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는 현지 업체들도 가세,업계 전반에 가격 끌어내리기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3일자)는 "요즘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는 값싸고 튼튼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흔히 저가로 여겨지는 1만달러(약 930만원) 이하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3000달러(약 280만원)가 채 안 되는 초저가 자동차도 속속 시장에 소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닥을 향한 경쟁'(a race to the bottom)을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은 르노-닛산과 인도 자동차 업체인 타타.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도에서 3000달러 이하의 자동차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는 현재 나와 있는 가장 싼 소형차보다도 40% 이상 저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닛산은 이를 위해 인도 업체인 마힌드라와 함께 인도 남부 첸나이 지역에 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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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은 또 2004년부터 루마니아 자회사인 다치아를 통해 세단형 자동차 '로건'을 7200달러(약 670만원)에 팔기 시작,현재까지 51개국에서 45만여대를 팔아치우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 토종 업체인 타타는 가격이 2500달러(약 230만원)밖에 안 되는 초저가 자동차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타타가 처음 이 같은 계획을 내놓았을 때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네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생산하려는 게 아니냐"며 비웃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타타를 무시하지 않는다.

타타가 새롭게 내놓을 자동차는 33마력에 최고 시속 80마일(약 130km/h)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타는 이 밖에도 8500달러(약 790만원)짜리 자동차인 인디카를 남동부 유럽 시장에 내다팔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로건과 같은 저가 자동차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도요타 폭스바겐 피아트 푸조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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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체들은 최근 이른바 '로건-킬러'(로건을 이길 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도 저가 자동차 경쟁에 나서기는 마찬가지.GM은 GM대우를 통해 7000달러(약 650만원)짜리 자동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고,크라이슬러도 중국 체리자동차와 합작으로 저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도 인도에서 소형차 생산을 두 배가량 늘리고 있으며,스즈키는 2008년부터 인도 시장에 4400달러(약 410만원)짜리 자동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자동차 회사들이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신흥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인도의 경우 자동차 시장이 2004년 100만대를 돌파한 이래 2010년 200만대,2014년에는 33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시장조사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서 앞으로 5년 내에 자동차를 구매하겠다는 사람만 16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세계 최다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도 그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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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파워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2014년에 1650만대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등 현지 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저가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지리는 2010년 미국 시장 수출을 목표로 3900달러(약 360만원)짜리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르노의 전략 및 생산계획 담당자인 패트릭 펠라타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변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이나 인도 업체에 시장의 상당 부분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저가 경쟁이 결국은 제 살 깎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고급 자동차인 BMW의 경우 한 대를 팔 때마다 3300달러(약 300만원)를 벌어들이지만 로건은 대당 400달러(약 37만원)도 채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것.자동차 시장조사 기관인 CAR의 데이비드 콜 회장은 "저가 경쟁으로 이득을 보기란 어떠한 측면에서 봐도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