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신규상장 종목이 1999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1500선을 돌파하는 등 전례없는 활황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상장 종목 수(코스닥시장 포함)는 9개에 그치고 있다.

이달 말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이엠텍을 포함해도 4월 말까지 10개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같은 기간을 비교해 봤을 때 신규상장 종목 수가 10개 미만이었던 경우는 외환위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대에 머물렀던 1998년과 1999년이 유일하다.

IPO(기업공개)시장은 1998년 극심한 부진을 보이다가 1999년 중반부터 IT(정보기술)붐을 타고 크게 늘었다.

이후 IPO 시장은 활황을 이어가며 2002년 1~4월에는 74개사가 새로 증시에 상장됐지만 이후 열기가 식으면서 2004년 이후에는 연평균 20개에 못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상장 종목 수의 급감이 최근 기업들의 투자 부진과 관계가 깊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의 국내 신규 투자가 급속히 줄면서 대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우량 중소기업들의 수가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2004년 이후 IT·자동차 등 대형주들의 실적 둔화가 이어지면서 장외 협력 중소기업들의 상장 여력도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신용각 IPO팀장은 "상장을 준비 중인 보험과 유통 부문 일부 중대형 업체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상장할 만한 회사들은 대부분 상장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일부 우량 장외업체들이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간섭과 까다로운 공시,주가관리의 번거로움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PO가 위축되다보니 거래대금도 정체 상태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5000억원 안팎으로 지수가 800~900대에 머물던 200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수 상승세를 감안하면 거래대금은 사실상 40%가량 감소한 셈이다.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신규물량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IPO 주간사를 둘러싼 증권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의 IPO 관련 수익성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국내 IPO 수수료는 보통 공모금액의 3%로 외국의 7%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3%마저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