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 방지 베개,목뼈 보호 베개,숙면(熟眠) 측정 베개…. 한 단계 업그레이된 기능성 베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 찌든 현대인들이 잠자리만큼은 쾌적하게 보내기 위해 이들 제품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기능에 따라 최고 50만원짜리 고가 베개도 출시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국내 침구류 시장 규모 800억원 중 베개시장이 200억원이고,이 중 기능성 베개의 비중이 15% 정도로 전년도에 비해 5%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천연소재,숙면 측정 베개도 나와

최근 2~3년 새 기능성 베개의 인기몰이를 주도한 것은 '메모리폼 베개'와 '라텍스 베개'였다. 메모리폼과 라텍스의 뜻은 각각 폴리우레탄,천연고무를 소재로 사용했다는 것. 미국과 일본산이 대부분인 두 소재는 충격 흡수와 탄력성이 매우 뛰어난 게 특징이다.

메모리폼은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이 우주선의 대기권 진입시 승무원들의 목과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 의자 소재로 사용한 게 상품화의 단초였다. 천연고무원액 성분으로 항균,습기제거 기능을 갖고 있는 점이 라텍스의 인기비결이다.

인터넷쇼핑몰 CJ몰에서는 20가지 종류의 '메모리폼 베개'를 팔고 있다. 가격은 3만~5만원대로 일반 베개에 비해 세 배가량 비싸지만 올 들어 매월 평균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스테디셀러다. 같은 시기 일반 베개의 매출은 1000만원에 그쳤다.

메모리폼 베개는 'C'자를 옆으로 눕힌 듯한 완만한 굴곡 모양을 취한 제품으로 목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게 특징. 덕분에 장시간 수면을 취해도 뒷머리와 등이 나란히 바닥에 놓이게 돼 숨쉬기가 편해진다. 최진영 CJ몰 침구담당 과장은 "이 상품은 목 뒤 근육과 어깨 근육을 이완시켜 목뼈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을 유지시켜 수면 중에 자연스럽게 구부정한 체형을 고쳐 준다"고 말했다.

◆숙면 측정,축농증 방지 등 기능성 베개 봇물

롯데백화점은 자신이 얼마나 숙면을 취했는지 알 수 있는 일본산 '닥터로프티 베개'를 내놨다. 잠이 깊어질수록 머리의 움직임이 적어지는 것을 감지,수면시간과 숙면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를 센서를 통해 분석한 것. 전날 밤 자신의 쾌면(快眠) 수준은 14단계로 평가돼 베개 옆 LCD 패널창에 '오늘은 의욕저하''충분한 휴식을 취하세요' 등 총 40종류의 표시와 바이오리듬 곡선이 뜬다. 가격은 48만~53만원으로 올 1월부터 판매에 들어가 매월 평균 20개 정도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축농증 방지 베개'를 판매하고 있다. 마르코빈즈라는 일본산 원통형 특수 파이프 소재는 열에 민감하고 통풍성이 좋아 언제나 머리부분을 쾌적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체형에 따라 베개모양도 조절할 수 있어 코막힘,비염 환자들의 구매가 늘고 있다. 가격은 10만원대로 지난 2월 출시 후 월 평균 150개씩 팔리고 있다.

싱글족을 겨냥한 특이한 베개도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장터(오픈마켓) G마켓은 사람의 팔 모양과 똑 같이 생긴 누리토이즈사의 '허니 팔베개(2만9000원)'와 군대에 간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들을 위한 '군복 팔베개(2만9000원)'를 지난해 말 출시,월 평균 각각 1000여 개씩 팔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