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국인 집단거주지인 왕징에서 동북쪽으로 10분거리에 위치한 황강골프장.1년간의 시범라운드를 거쳐 올 3월 정식개장한 신생 골프장이다.

18홀로 꾸며진 이 골프장은 한국사람이 사장이고,거리가 가까워 왕징에 사는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최근 이곳엔 중국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황강식 마케팅' 덕이다.

이 골프장은 아침과 점심식사를 무료로 준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식단에서 음식을 골라 비빕밥을 만들어 먹거나,자장면 혹은 라면도 먹을 수 있다.

그늘집마다 수박주스 아이스크림 양고기구이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계절에 따라 무료로 제공하는 먹거리도 달라진다.

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에서 매상을 안올리면 부킹을 안해주는 한국의 골프장 문화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원가가 싼 것도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다.

주말에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수박주스를 무제한으로 갈아줘도 1000위안(12만원)이 안든다고 한다.

하지만 원가개념을 떠나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사람들에겐 신선한 일이다.

아무리 자본주의화됐다고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의 색채가 진하게 남아있다.

대표적인 게 서비스를 할 줄 모르는 종업원들이다.

상점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면 짜증을 내는 종업원도 있고,음식을 담은 접시를 거의 던지다시피 내려놓는 게 다반사다.

웃음 띤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서비스를 할 줄도,받을 줄도 모르는 중국인들에겐 황강식 마케팅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황강골프장의 서비스가 입소문이 나고 손님이 몰리자 비상이 걸린 주변 골프장이 벤치마킹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 골프장은 그늘집에서 죽을 끓여서 무료로 주는 등 '따라하기'를 시작했다.

황강 골프장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중국인들에게 서비스와 마케팅이 연결된다는 점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황강식 마케팅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벤치마킹을 시작한 인근 골프장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한국이 중국에 대해 강점으로 가진 것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고 있어서다.

'자만한 한국'과 '배우는 중국'이 싸운다면 결과는 너무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