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속 보이는 수수료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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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들이 속속 수수료를 내리고 있지만 대부분 돈이 안 되는 수수료만 골라 면제하거나 대폭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수익 중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준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수수료 인하로 고객이 누리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기업은행 등은 최근 잇따라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했지만 그 대상 범위가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항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금 관련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미미한 수수료만 골라 인하하거나 면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자기앞 수표 발행 수수료.이들 4개 은행은 모두 장당 50∼300원을 받던 수표 발행 수수료를 전면 면제키로 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의 지난해 수수료 수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표 발행 수수료가 예금 관련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은행은 최고 5만원까지 받던 보호예수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고 생색을 냈지만 보호예수 수수료가 예금 관련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했다.
예금 관련 수수료로 1년에 5000억원을 벌었다면 그중 5000만원 정도가 보호예수 수수료였다는 것이다.
이 밖에 2000∼3000원에서 면제키로 한 어음 반환 수수료는 전체 수수료 수입의 0.08%밖에 안됐다.
이번에 우리은행이 면제키로 한 가계당좌 개설 수수료도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4%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이들 은행은 수수료 수입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은 마지못해 찔끔 인하하거나 아예 인하 항목에서 뺐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뱅킹을 통한 타행 이체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만 100원 내렸을 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이 두 은행은 텔레뱅킹 수수료도 전혀 떨어뜨리지 않았다.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수수료는 예금 수수료 수입의 13% 이상을 차지한다.
이 외에 영업이 끝난 뒤 타행 ATM(현금자동화기기)을 이용해 현금을 인출할 때 내는 수수료를 면제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자행 ATM을 이용한 인출 수수료는 대부분 100원씩만 내렸을 뿐이다.
그나마 1500원 전후이던 타행 ATM을 이용한 계좌이체 수수료(마감 후 기준)를 1000원 수준으로 떨어뜨린 게 눈에 띄는 정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 마진 축소로 비이자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항목의 수수료를 갑자기 내리면 수익 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인터넷뱅킹과 ATM 수수료 등을 면제받으려면 은행별 수수료 면제 통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겉으로는 '수익 중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준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수수료 인하로 고객이 누리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기업은행 등은 최근 잇따라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했지만 그 대상 범위가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항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금 관련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미미한 수수료만 골라 인하하거나 면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자기앞 수표 발행 수수료.이들 4개 은행은 모두 장당 50∼300원을 받던 수표 발행 수수료를 전면 면제키로 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의 지난해 수수료 수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표 발행 수수료가 예금 관련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은행은 최고 5만원까지 받던 보호예수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고 생색을 냈지만 보호예수 수수료가 예금 관련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했다.
예금 관련 수수료로 1년에 5000억원을 벌었다면 그중 5000만원 정도가 보호예수 수수료였다는 것이다.
이 밖에 2000∼3000원에서 면제키로 한 어음 반환 수수료는 전체 수수료 수입의 0.08%밖에 안됐다.
이번에 우리은행이 면제키로 한 가계당좌 개설 수수료도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4%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이들 은행은 수수료 수입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은 마지못해 찔끔 인하하거나 아예 인하 항목에서 뺐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뱅킹을 통한 타행 이체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만 100원 내렸을 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이 두 은행은 텔레뱅킹 수수료도 전혀 떨어뜨리지 않았다.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수수료는 예금 수수료 수입의 13% 이상을 차지한다.
이 외에 영업이 끝난 뒤 타행 ATM(현금자동화기기)을 이용해 현금을 인출할 때 내는 수수료를 면제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자행 ATM을 이용한 인출 수수료는 대부분 100원씩만 내렸을 뿐이다.
그나마 1500원 전후이던 타행 ATM을 이용한 계좌이체 수수료(마감 후 기준)를 1000원 수준으로 떨어뜨린 게 눈에 띄는 정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 마진 축소로 비이자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항목의 수수료를 갑자기 내리면 수익 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인터넷뱅킹과 ATM 수수료 등을 면제받으려면 은행별 수수료 면제 통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