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감소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오던 지방 고속버스터미널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종전 버스를 기다리던 대합실 수준에서 탈피,문화ㆍ상업ㆍ유통 시설 등이 어우러진 도심 복합공간으로 변신하면서 운수산업의 핵심 수익기반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남지역 최대 터미널인 광주버스터미널은 '젊음,그리고 당신의 광장'이란 의미의 '유ㆍ스퀘어'란 이름으로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다.

부산 원주 천안 등의 지방 버스터미널들도 과거 단순 터미널 시설에서 유통과 문화가 접목된 복합시설로 속속 거듭나고 있다.

그동안 버스터미널은 운수사업의 부속물쯤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

그러나 최근 들어 낙후된 버스터미널에 도심 재개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버스터미널은 도시 확장의 결과 자연스럽게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게 됐지만 지금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왔다.

버스이용객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터미널별로 운영적자가 수십억원에서 최고 수백억원까지 쌓여왔다.

이용객 감소로 터미널의 주수입원인 매표수수료 수입도 급감했다.

여기에 터미널 내 상가들의 매출부진까지 겹치면서 임대수수료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터미널의 변신은 교통시설의 부속물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지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자체 자산가치를 높이고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터미널 상권을 부활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터미널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광주버스터미널이 대표적이다.

운영업체인 금호터미널은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모두 250억원을 들여 대합실과 상가,터미널 광장 등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쳤다.

특히 2009년 상반기까지는 신세계백화점과 터미널대합실 연결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1층 건물을 4층으로 높여 연면적 1만9400㎡ 규모의 복합 문화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광주시에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이곳에는 음악홀(500석),소극장(500석),갤러리(330㎡)와 함께 아이맥스 영화관(500석)과 10개 상영관(2100석)을 설치,'문화터미널'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경북 상주버스터미널은 터미널시설에 6층 규모(6000평)의 유통시설을 갖춰 지난 2월 새롭게 태어났다.

강원도 원주터미널도 지하 4층~지상 10층에 영화관 의류 전자상가를 갖춰 오는 7월께 오픈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고속버스업체인 금호산업은 지난해 터미널사업만을 전담하기 위해 터미널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금호터미널을 설립했다.

금호터미널은 대구 전주 등 전국 19곳에서 터미널을 운영 중이며 이 중 광주 목포 순천 등의 터미널을 리모델링했다.

나머지 터미널에 대해서도 도시계획 등 지역별 여건을 감안,복합시설로 바꾸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버스터미널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진화하는 데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버스터미널 등의 도시계획시설 내 허용범위 기준을 만들어 터미널의 첨단복합시설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진 곳이 극소수에 불과해 터미널 리모델링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호터미널 김현철 이사는 "지역별 상황에 따라 터미널의 개발방향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매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버스터미널이 가야 할 길은 결국 복합화뿐"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터미널 리모델링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