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법 전문가들은 한·미 실무 협상단이 앞으로 문안 조정 작업을 벌이기는 하겠지만 실질적인 내용상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A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은 협상 타결 전 미 하원의 찰스 랭글 세출위원회 위원장과 샌더 레빈 무역소위 위원장이 협상안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의회는 FTA에 대한 최종 서명이 이뤄지면 내용 수정을 할 수 없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Trade Promotion Authority)법에 따라 의회는 협상 내용을 수정할 수 없으며 미 행정부가 제출한 이행법안에 대해 찬반 표결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양국 대통령이나 통상 장관의 최종 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의회가 압력을 가해 협상 내용의 수정을 시도할 수는 있다.
2일 타결로 가서명이 이뤄진 상태이며 석 달 후 본서명이 이뤄질 예정인데 이 기간에 의회가 내용을 바꾸라고 행정부에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용이 바뀌기는 매우 어렵다.
양국이 여러 쟁점을 놓고 주고받기식 합의를 이끌어냈는데 한 사안이라도 변경되면 전체 협상의 틀이 완전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서울대 안덕근 교수는 "미국 의회 의원들이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미한 자구 수정 이외의 내용 수정이 이뤄지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2일 합의한 내용은 본서명까지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절차는 협정 발효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행법안(implementing bill) 통과다.
한국의 경우 외국과 체결한 조약의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미국법 체계에서 조약과 국내법 적용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미 행정부는 협상안을 실행하기 위해 국내법 변경 사항 등을 담은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또 제출된 법안은 90일 이내에 상하 양원에서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정해진 시한 내에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이행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최근 교역 대상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보호주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협상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행법안 통과를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TPA체제 하에서 체결된 FTA조약이 의회에서 거부된 사례가 없고,민주당도 결국 국익을 우선해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통과 쪽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많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논란은 불가피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