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전은 191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 프로야구에 양키즈와 레드삭스같이 '영원한 맞수'가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없었을는지도 모르겠다.

프로야구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세계에선 라이벌전이 뜨거워질수록 그 종목의 인기가 치솟는다.

치열한 다툼과 다툼을 이끄는 스타들의 움직임이 재미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붙어야 관중이 구름처럼 몰린다.

프로기사 조훈현은 서봉수라는 라이벌의 존재로 일가(一家)를 이뤘다.

맞수가 존재하는 생태계는 건전하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경쟁환경이 치열해지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혁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의의 경쟁은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를 소개할 때는 항상 국내 전자업계의 '맞수'라고 부른다.

실제로 두 회사의 사업영역은 '쌍둥이'라고 할 만큼 서로 닮아 있다.

반도체(삼성전자)를 뺀 IT(정보기술) 제품 전 영역에 걸쳐 비슷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LCD TV,PDP TV,휴대폰,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에서 두 회사는 항상 서로를 의식하며 한 발 앞선 기술개발과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올 들어 이 같은 두 회사의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을 강화한 LCD TV '보르도'를 내놓자 LG전자도 '샤인루비'라는 LCD TV로 맞불을 놓았다.

휴대폰에서도 마찬가지.LG전자가 메탈 소재의 '샤인폰'을 내놓자 삼성전자도 비슷한 스타일의 메탈 휴대폰으로 대응했다.

이런 결과 국내 시장에서 두 회사는 냉장고 시장의 90%,에어컨 시장의 80%,디지털TV 시장의 80%를 점유할 정도다.

서로 경쟁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어느새 글로벌 브랜드로 훌쩍 컸다.

최근 4∼5년 사이 두 회사는 비좁은 국내를 넘어 무한한 시장이 열려 있는 '글로벌 마켓' 공략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소니 노키아 모토로라 등 쟁쟁한 기업들이 즐비한 세계 영상·가전 시장에서 삼성과 LG 브랜드는 '톱 클래스'에 올라섰다.

삼성SDS와 LG CNS의 관계도 이에 견줄 만하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세계적인 경쟁력 뒤에는 두 그룹의 정보화를 책임지는 이들 IT 서비스 기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회사도 여러 모로 맞수라 부를 만하다.

삼성SDS의 올해 매출 목표는 2조6000억원이고 경영의 화두는 '다르게,다하여'로 상징되는 차별화 경영이다.

LG CNS의 올해 매출 목표는 약 2조1050억원,경영의 화두는 '리딩 글로벌 플레이어'다.

라이벌 덕분에 백조로 변신한 '미운 오리새끼'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의 증인이자 영원한 맞수로 꼽힌다.

엔씨소프트가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리니지' 시리즈로 최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면 넥슨은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 등을 앞세워 캐주얼게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맥주시장에서 숙명적으로 맞붙고 있다.

지금은 하이트가 1위로 앞서나가고 있지만,오비도 '1위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다.

언제든지 수위자리를 탈환할 태세다.

이른바 '저도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진로와 두산도 맞수로 부를 만하다.

점유율에선 아직 진로 '참이슬'이 두산 '처음처럼'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으나 처음처럼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제2차 소주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진로는 얼마전 사령탑을 바꾸면서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진로의 신임 사령탑은 '하이트 신화'를 만든 윤종웅 사장이며 두산의 CEO는 1년 만에 '처음처럼'을 철옹성 '참이슬'과 맞짱을 뜨게 만든 한기선 사장이다.

두 장수의 지략 대결도 볼 만하게 됐다.

이젠 국경이 따로 없는 FTA체제로 들어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언제든지 새로운 맞수를 맞닥뜨리게 됐다.

맞수의 대결 구도를 잘 살펴보면 그 업종의 발달사는 물론 미래 성장 가능성도 보인다.

맞수대결을 그냥 재미로만 볼 일이 아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