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시한을 하루 앞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양국에 균형된 이익을 가져옴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양국 협상단에 상호 최대한의 유연성을 가지고 협상하도록 지시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후 2시45분(현지 시간,한국시간은 오후 8시45분)부터 20분 동안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 FTA의 중요 의제로 남아 있는 자동차,농업,섬유 등의 문제에 대해 중점 협의한 뒤 이 같은 원칙에 합의했다고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이 밝혔다.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통해 FTA 타결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협상 시한 마지막날인 30일 양국 협상단은 협상 타결을 위한 부문별 조율과 패키지 딜을 동시에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은 "자동차 농업 섬유 등 쟁점 분야별 이견에 대한 협의를 통해 절충을 시도했지만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쌀과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진 않았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핵심 쟁점에 논의의 초점을 모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쌀과 개성공단 문제는 협상타결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상 간 통화는 미국 측 요구로 이뤄졌으며 정상 간 전화 통화에 앞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7일 라이스 국무장관과 통화했고,28일에는 백종천 안보실장이 해들리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통화해 의제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8일 카타르 도하의 숙소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통상이 국가발전의 핵심 요소이며,FTA는 하는 게 맞다"며 강력한 협상 타결 의지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개방에 성공했듯이 지금은 FTA 시대"라면서 "적절한 속도로 관리해 이번에도 최대한 잘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시장개방 문제에 대해 "개방 때문에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적은 없고,그동안 한국 개방 속도는 적절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가 마지막 보고를 받고 최종 책임자인 제가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정상 간 전화 통화를 계기로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 통상장관 회담은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30일 밤 12시 이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숨가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통상장관은 이날 오후 자동차 농산물 등 미타결 핵심 쟁점만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막판 담판에 들어갔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처음으로 관세 폐지안을 제시했다. 한국도 농업에서 일부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대통령의 최종 결단을 앞두고 협상은 결승라인을 향해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하=이심기 기자/서울=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