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인 불국사 석가탑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무구정경)이 고려 초기인 1084년 석가탑을 중수할 때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일부의 문제 제기에 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공식입장이다.
이 박물관의 이내옥 유물관리부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1966년 불국사 석가탑 해체·수리 때 무구정경과 함께 발견된 묵서지편(墨書紙片)의 중수기 등을 내부 연구자가 판독한 결과 기존 통설과 달리 조성 연대를 설정할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8세기 초 신라 제작설'의 근거로 당나라 측천무후가 집권한 690~704년 동안에만 통용됐던 새 글자들인 측천무후자(字) 4종이 10차례나 쓰였다는 점,탑을 조성할 때 통일신라 때에는 '무구정경'을 공양한 데 비해 고려시대에는 '보협인다라니경'이 공양의 중심경전이었던 점,다라니경의 글씨체가 울진 봉평비 등과 유사한 신라 특유의 서체라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종이 역시 신라 특유의 가공법으로 만든 닥종이로 중국 고대 경전에 사용된 마지(摩紙)와는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부장은 특히 "묵서지편의 중수기에서 '1024년 석가탑을 중수할 때 무구정경과 보협인다라니경을 안치했다'는 것은 통일신라 때 봉안했던 무구정경을 재봉안했음을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고려시대 보협인다라니경이 사리기 외부에서 발견된 것과 달리 무구정경은 사리기 내부에 안치된 사실을 들었다.
한편 석가탑 발견 유물 가운데 무구정경은 1988년 일본의 전문가들에 의해 보존처리가 완료됐으며,뭉쳐진 덩어리 상태로 발견된 묵서지편은 1997년 110장의 낱장으로 분리하는 응급조치만 한 채 과학적 보존처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박물관측이 묵서지편을 분류한 결과 보협인다라니경,무구정광탑(석가탑) 중수기,서석탑형지기 등의 문서 순서가 확인됐고 중수기의 내용이 일부 알려지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또 직물에 싸인 채 함께 발견된 지류뭉치는 1988년 무구정경을 보존처리할 때 들뜬 부분을 고정시키는 응급조치만 해 밀봉보존하고 있으며 두 차례 X선 조사를 한 결과 내부는 지류(종이류),표면은 직물로 감싸 중앙부에 끈을 돌려 묶은 상태이나 직물과 종이가 섞인 데다 미세한 먼지가 표면에 붙어있어 보존처리가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박물관측은 설명했다.
한편 석가탑 발견 유물의 소유자인 대한불교조계종이 불교중앙박물관 개관에 즈음해 무구정경을 포함한 발견 유물 일체의 이관을 요구한 데 대해 박물관측은 "무구정경은 특정 종교의 신앙 대상만이 아니라 전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므로 종교를 초월한 국가의 대표 박물관이 보관·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