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너무 빨리 ‘중년의 위기’를 맞았으며 현 정부는 이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신랄한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너무 빨리 중년이 된 한국의 위기’(Korea's premature middle-age crisis)라는 사설에서 아시아 세번째 경제대국인 한국이 중국 등 저임 국가들의 추격과 외국인들의 투자기피로 점차 경제의 활력을 잃고 가라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위 ‘샌드위치론’과 관련,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외국인들도 유사한 진단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문은 “급속한 경제발전의 상징이었던 한국 경제는 최근 4년간 잠재성장률을 한참 밑돌는 평균 4.2%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며 중국을 비롯, 저비용 국가들은 한국의 산업기반을 신속하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한국기업들은 너나 할 것없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고 있으며 날로 증가하는 한국내 외국인 혐오증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마저도 점차 줄어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FT는 소수의 수출 유망 제조업에만 집중 투자, 경제성장을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토록 한 것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국의 내수경기는 각종 규제에 묶여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으며 재벌들은 경쟁 업체들을 고사시키는 등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신문은 한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수 대형 제조업 의존 정책에서 벗어나 중국과 경쟁이 없는 새로운 산업분야를 적극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국내시장을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에게 대폭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무현 정부는 이같은 개혁을 이루려는 비젼도 정치적 용기도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옳바른 정치적 리더십만 있다면 한국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며 “내년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는 한국에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