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전액 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팬택앤큐리텔이 30 대 1의 대규모 감자를 실시한다.

팬택앤큐리텔은 26일 채권은행단의 결정에 따라 보통주 30주를 1주로 병합하는 96.67%의 무상 감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감자가 이뤄지면 팬택앤큐리텔의 자본금은 831억9000만원에서 27억7000만원으로 줄고 발행주식 수는 1억6637만주에서 554만주로 각각 30분의 1로 감소한다.

감자 기준일은 4월11일이며 감자 결정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5월8일 열릴 예정이다.

주식 액면가는 500원으로 변동이 없지만 주주들의 보유 주식 수는 30분의 1로 줄게 된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감자를 전후로 한 기업 가치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감자 후 주식 1주당 가격이 기준가의 30배인 1만2000원으로 높아져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명목상 평가액과 전체 시가총액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자는 팬택앤큐리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영업상의 손실로 자본 잠식이 발생할 경우 자본금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하는 무상 감자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든 한계 기업의 생존 방법이란 점에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편 팬택계열의 워크아웃 추진 작업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팬택계열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지난 16일 10개 채권은행에 서면 부의했으나 마감 시한인 이날 오후까지 3개 은행만 동의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