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중동순방을 동행 취재 중인 언론사는 8개사다.

한국경제신문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이다.

아랍지역에선 이집트의 알 아카바지와 이스라엘의 에디오트 아로노스지가 동행취재 중이다.

이 중 이스라엘 아로노스지의 워싱턴 지국장인 오를리 아줄레이 기자는 처음부터 심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27일(현지시간) 요르단을 거쳐 아랍정상회의가 열리는 사우디로 들어간다.

그런데도 비자를 받지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우디가 비자를 거부한 이유는 바로 적대국인 이스라엘 출신이어서다.

뉴욕 주재 사우디 영사관이 신원을 보증했으나 사우디 정부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아줄레이 기자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프랑스 여권으로 비자를 신청했지만 이내 들통이 났다.

이스라엘을 경유한 외국인조차 입국을 불허하는 마당이니 이스라엘 국적자를 받아들일리 만무했다.

아줄레이 기자는 "그래도 반 총장 동행취재단인데"라며 반 총장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반 총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로 사우디 외무장관과 15분 동안 통화했다"면서 "사우디도 원칙이 있다며 좀 더 검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아줄레이 기자는 감격해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반 총장은 25일 저녁 짬을 내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언론사 각 한 군데씩과 잇따라 인터뷰하기로 약속돼 있었다.

이스라엘 언론만 예정했다가 팔레스타인 쪽에서 매달려 시간을 쪼개기로 했다.

그런데 이전 일정이 길어져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궁리해낸 것이 동시 인터뷰.제안을 받은 두 회사는 잠깐 고민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데야 어쩔 수 없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두 기자는 "반 총장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언론 두 군데가 함께 인터뷰하는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동행취재 기자의 비자취득 노력과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언론과의 동시 인터뷰.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중동지역 분쟁해결을 위한 반 총장의 작은 노력이 담긴 흔적들이다.

예루살렘=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