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MP3플레이어 등 모바일 기기의 기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여러 기능이 결합(컨버전스)하는 게 대세다.

이와는 반대로 세계 최대 PC 업체인 HP는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특성으로 '극도의 단순함'을 제시했다.

하나의 기기로 하나의 기능만 구현하되 기기 간 연결을 극대화해 여러 기능을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스테이시 울프 HP 노트북PC 담당 이사는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HP 모바일 이노베이션즈 투어'에서 "HP의 비전은 아주 단순한 기기들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노트북 PDA 휴대폰 등은 많은 기능이 추가되면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지만 10년 후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화된 기기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손목시계처럼 생긴 개인용 게이트웨이는 리모컨처럼 멀리 떨어진 노트북,오디오·비디오 기기를 작동시킨다.

일종의 중앙 무선 허브 역할을 한다.

PC 모니터는 컴퓨터 본체로부터 떨어져 있어도 무방하다.

벽에 걸기도 하고 바닥에 깔아놓고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탁자로 쓰다가 상단에 얇은 소형 PC(신클라이언트)를 끼우면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변한다.

각종 사물이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다.

아침에 신문을 펼쳐 들 듯 얇은 태블릿PC를 집어들면 태블릿PC가 사용자를 인식해 즉시 맞춤형 정보를 웹에서 내려받아 준다.

아이가 들면 각종 만화 정보가,어른이 들면 일정표와 그날의 주요 뉴스 등이 화면에 뜬다.

이 태블릿PC에는 묵직한 저장장치가 필요없다.

웹 기반으로 만들어져 검색뿐 아니라 저장까지 웹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더 얇고 가볍고 오랫동안 연속적으로 쓸 수 있다.

명령 입력 방식도 훨씬 쉽고 편해진다.

말로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듯 편하게 명령을 내리는 방식도 보편화된다.

부드럽게 휘고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널리 쓰인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지갑처럼 접어 주머니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디스플레이를 둘둘 말아 스마트폰을 감싸면 어디서든 은행 업무나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첨단 전자지갑이 된다.

HP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인 울프 이사는 "차세대 PC의 컨셉트를 잡기 위해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3개 대륙에서 디자인 선호도 등을 조사했다"며 "단순화된 기능에 미적 요소를 가미한 제품이 차세대 모바일 기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