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수입 등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주요 은행들이 고배당에 이어 임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형평상 맞지 않다며 잇따라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만 유독 스톡옵션을 확대하고 있어 지나친 '돈잔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22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전체 스톡옵션 부여 주식 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나 은행들만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이달 21일까지 상장사 스톡옵션 부여 주식 수는 767만1000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40% 급감했으나 은행들은 많게는 4배 이상 늘리는 추세다.

이에 따라 상장사 가운데 스톡옵션 부여 주식 수 상위는 모두 주요 은행들이 차지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작년 상반기 스톡옵션 부여 주식 수는 40만주였으나 올해는 172만주로 늘어났다. 부여 대상자도 작년 16명에서 올해는 28명으로 증가했다. 리처드 웨커 행장은 30만주,부행장급은 15만~17만주,상무급은 6만주,본부장급은 2만주씩을 각각 부여했다. 행사가격은 1만3900원으로 22일 종가(1만4750원)보다 낮다.

신한지주도 최근 라응찬 회장 등 임직원 244명을 대상으로 스톡옵션 130만여주를 주기로 했다. 이번 스톡옵션 대상에는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생명 신한카드 등 자회사 임직원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국민은행은 여동수 부행장 등 31명에게 88만5000주 △전북은행은 홍성주 행장 등 7명에게 19만8000주 △부산은행은 안승철 부행장 등 8명에게 17만주를 부여했다.

최근 은행들의 이익 급증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스톡옵션을 받은 은행장이나 임직원들의 평가차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의 경우 이미 행사가능한 스톡옵션만도 82만2720주에 달한다. 행사가격은 주당 7000원으로 현재가의 절반 밑이다. 따라서 웨커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63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얻게 된다.

신한지주의 라응찬 회장도 이번에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56만9806주의 스톡옵션을 보유 중이다. 현 주가 기준으로 행사할 경우 14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 가운데 당장 행사 가능 주식 수는 34만9806주다. 이 밖에 경영성과에 따라 최대 70만주의 스톡옵션 권리가 부여된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현 주가 기준 평가이익은 2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수수료나 대출금리 인하 등 고객 혜택으로 돌려주기보다는 내부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나눠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SK텔레콤 등은 스톡옵션이 능력보다는 증시 상황에 따라 평가이익이 달라지는 데다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2년 전부터 잇따라 폐지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