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조선(造船)산업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마침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인가. 올 들어 중국의 선박 수주량은 지난달 말까지 두 달 동안 우리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세계 전체 발주물량의 48.7%를 차지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중국이 수주한 물량의 대부분이 벌크선으로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연간 단위가 아닌 월간 단위 실적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밀렸던 경로를 되돌아보면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은 지금 조선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5년까지 초대형 선박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를 17개, 대형 도크도 23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5년에 세계 건조량의 35%를 달성, 세계 1위 조선국으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우리가 긴장(緊張)하지 않으면 안될 너무도 분명한 이유다.

지금 우리가 유일하게 믿고 있는 것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작게는 5년, 크게는 10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술 격차는 결코 정태적인 게 아니다. 지금은 인수·합병, 외국인투자 유치 등으로 웬만한 기술은 일거에 획득해 버리는 시대다. 또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기술적 학습능력도 그만큼 빨라질 게 분명하다. 결국 중국도 고부가가치화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는 기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부적인 위협요인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갈수록 조선산업 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고 인건비 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입지나 환경 등과 관련한 이런저런 간섭과 규제로 건조능력 확대도 여의치 않다. 이것도 과거 일본의 조선산업이 한국에 주도권(主導權)을 내줄 때와 유사하다.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려면 우리가 더욱 앞으로 달려 나가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공법 개발, 크루즈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신개념 선박 개발 등 기술력을 보다 높이고 고부가가치 쪽으로 이동해 가야 한다. 인력, 노동, 규제 등 우리 내부의 위협요인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정말 정신 빠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조선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주력산업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