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무제(武帝)가 순행을 나갔다.

하간을 지나는데 기이하게도 하늘이 자색 기운으로 가득했다.

술사가 말하길,특이한 여인이 이곳에 살고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풀어 찾아낸 주인공은 인근 조씨 집안의 딸.절세미인이었지만 애처롭게도 양손이 주먹을 쥔 채 붙은 기형이었다.

누구도 치료하지 못하는 희귀병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 무제가 친히 손을 썼다.

그러자 기적처럼 그녀의 주먹이 펴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떨어진 손 안에 두 개의 옥기(玉器)가 보물처럼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무제는 이 여인을 궁궐로 데려와 구과 부인이라 칭하고 총애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1년 뒤 부인은 아이를 갖게 돼 열네 달 만에 낳았는데 이름을 불릉(弗陵)으로 지었다.

하지만 부인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불릉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작정한 무제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역대 제왕들은 군주가 어리고 어미가 강함으로 인해 국가에 위험이 닥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음담패설(陰膽覇說)'(저우쩐우 지음,김태성 옮김,비즈니스맵)은 유가와 도가,병가,종횡가 등 구류십가(九流十家)의 지모와 5000년 중국 역사의 실천적 경험을 집대성했다.

와신상담 때를 기다리다가 음모와 지략으로 왕권을 찬탈한 황제,자신을 벌해 인심을 얻거나 이간시키는 방법으로 정적을 제거한 간신,공을 세운 후 은퇴해 일신을 보전한 모사 등 158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과응보의 굴레를 이용한 이사,남의 머리를 빌려 전투에서 승리한 조조에게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을 배우게 되고 닭을 죽여 원숭이를 놀라게 한 전양저의 배수진을 통해서는 벼랑 끝에서도 살길을 찾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적의 마음을 꿰뚫는 요령,부하를 다스리는 노하우,공을 이룬 후 퇴장하는 시기 선택은 현대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도 유용하다.

이 책은 '풍부하고 다채로운 역사의 콘텐츠'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읽고 오늘을 사는 에너지를 얻게 만든다.

600쪽,2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