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산업자원부와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남승현 회장은 지분 1.75%를 갖고 있는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에서 지난해 35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유전은 2030년 이후까지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고유가 추세 등을 감안하면 남 회장은 최대 1조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지급 받게 될 전망이다.
엘리펀트 유전은 2004년 5월 생산에 들어간 유전으로 남 회장은 이미 2004년 50억원,2005년 100억원을 합쳐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500억원을 벌어들였다.
남 회장의 리비아 유전 보유 지분은 적지만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익 분배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그가 벌어들인 배당금 350억원은 주식 보유를 통해 작년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3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남 회장이 리비아로 향한 것은 1970년대 후반.남 회장은 "1~2차 오일 쇼크와 중동 건설 붐 등을 보면서 엄청난 기회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남들이 꺼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마주코통상을 세워 원유탱크를 점검하고 청소하는 일이었다.
이른바 오버홀(overhaul)이다.
남 회장은 타고난 근면성과 꼼꼼함으로 이 업무를 깔끔하게 처리,리비아에서 평판을 얻기 시작했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과도 교분을 착실히 쌓아갔다.
그가 현지 지인들로부터 리비아 정부의 엘리펀트 광구 지분매각 계획을 들은 것은 리비아 진출 10년째이던 1980년대 후반.혼자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심사숙고 끝에 한국석유공사와 국내 대기업들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결국 석유공사 등과 함께 지분 33%를 사들인 때가 1990년이었다.
하지만 원유가 생각만큼 쉽게 터져 나오질 않았다.
탐사에 7년을 쏟아부었다.
자금력이 달려 지분 중 3분의 2를 이탈리아 최대 정유회사 ENI에 넘겼다.
한국컨소시엄 지분은 11.67%로 줄었고 남 회장의 지분도 1.75%로 감소했다.
지분 일부를 넘긴 지 한 달 뒤.유전에 불길이 치솟았다.
터진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 외엔 떠오르지 않았다"고 남 회장은 술회했다.
매장량이 최대 10억 배럴로 추정되는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은 2004년 5월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엄청난 배당이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남 회장은 "그동안 유전 개발하느라 빚진 돈 이제 다 갚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제 은퇴했다"고 말했지만 마주코통상은 지금도 러시아 캄차카 유전의 지분 매입에 나서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남 회장은 "최근 해외 유전 개발에 나서는 젊은이들의 전문성과 열정을 보면 30년 전의 나보다 나은 것 같다"며 "모험 정신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힘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