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슈트'(age shoot·한 라운드를 나이 이하 스코어로 마치는 것)는 모든 골퍼의 꿈이다.

70세 이후의 노년에나 가능한 진기록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고인이 된 연덕춘(전 프로골퍼) 허정구(전 삼양통상회장) 우제봉씨(전 대구CC 회장)를 비롯 박성상(전 한국은행총재) 양병탁(삼화식품 회장) 맹성호(성호건설 회장) 박만용(의사) 김대순(전 시니어골프협회장) 임일택씨 등 10여명이 '에이지 슈터'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 횟수는 김대순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두 차례다.

그런데 그 진기록을 15차례나 낸 사람이 있다.

손태곤 태림섬유 회장이다.

1928년생으로 80세인 손 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두 번이나 에이지 슈트를 했다.

모두 나이보다 1타 적은 79타였다.

80세에 70타대 스코어를 내는 비결부터 물었다.

손 회장은 "특별한 것은 없고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한다.

"기록을 의식하면 몸 어디엔가 힘이 들어가 뻣뻣해져요.

그러면 결과는 뻔하지요.

평상시처럼 즐겁게 쳐야 해요.

그래야 몸이나 스윙이 기계적으로 움직여 '굿샷'을 낼 수 있거든."

손 회장은 체격이 조금 큰 편이고 나이에 비해 조금 젊게 보인다.

술은 안 하지만 담배는 하루 6∼7개비를 피운다.

특별히 하는 운동도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배설할 뿐'이다.

하지만 악수를 하다 보니 손은 최경주 손 못지않다.

"예전에는 등산을 했지만 요즈음엔 골프가 전부예요.

다만,집에서 문 위에 철봉을 설치해 놓고 매달려 그네처럼 몸을 앞뒤로 20여회 흔듭니다.

그러면 손아귀의 힘과 허리가 좋아지거든요.

연습장에 가본 지도 오래됐고요."

손 회장은 10년 전 심장수술을 받아 지금도 몸안에 스프링이 있기 때문에 골프할 때는 골프카를 탄다.

고령이라 드라이버샷은 평균 210야드 정도 날린다.

그래서 대부분 파4홀에서 우드로 세컨드샷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린 주변에서 세 번째샷을 붙여 파를 잡는 형태다.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은 '서독 기계'.독일제 기계처럼 그의 샷은 좀처럼 고장나지(빗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3퍼트도 1년에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 1월26일 15번째 에이지 슈트를 할 때 그의 스코어카드에는 파 11개와 보기 7개가 적혔다.

클럽은 12개를 쓴다.

우드 3개(1,3,7번),아이언 8개(5∼9번,SW AW PW),퍼터 등이다.

특이한 것은 우드나 아이언이나 여성용 '스펙'을 쓴다는 점.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린에 올라가면 대충 기브(OK)를 주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턱도 없다"고 잘라말한다.

내기를 하기 때문이다.

큰 돈을 걸고 하는 것이 아니라,캐디피나 식사비용을 부담하는 정도다.

"대개는 '팔거지악'을 정해 놓고 그것에 걸릴 때마다 1만원씩을 걷습니다.

4명이 치면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 정도 걷혀요.

그러면 그 돈으로 비용을 대고,남으면 낸 액수에 따라 다시 분배해 주지요.

자주 가는 리베라CC의 경우 홀 주변에 'OK 존'(반경 60cm)이 있는데 그 안에 볼이 들어가면 기브를 받아요.

그밖에 봐주는 일은 없어요.

지난 11일 88CC서코스에서 80타를 쳤는데 그때는 스코어를 정확히 적지 않아서 기록에서 뺐지요."

손 회장이 말하는 '팔거지악'은 로스트볼,OB,워터해저드,벙커,3퍼트,더블파,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온그린,그린에서 퍼트한 볼이 그린 밖으로 나가는 것을 뜻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