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엄했던 박정원 사장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가족들을 불러 모아 놓고 두 가지 유언을 남겼다.

아내에게는 '재혼하지 말라'는 것을,자식들에겐 "너희 어머니 돌아가시면 합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2005년) 부친의 연세는 91세였고 모친은 84세였다.

이번엔 자식들이 물었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고.부친은 힘겨운 목소리로 "병원에서 나와 너희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했다.

불과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이었다.

박 사장은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그렇게 엄하시던 아버지의 따뜻한 모습에 모두들 고개를 떨구었다"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애틋했으면…"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사장의 부친은 사업으로 크게 성공해 주변 사람들을 많이 도왔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자식들에 대해선 엄격했다.

박 사장은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밤 10시 이후 귀가하면 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늦게 왔다고 무조건 야단 치는 건 아니었어요. 그야말로 훈육을 하신 거죠.요즘 말로 '인재 양성'을 하신 거죠.자식들이 주관을 갖고 앞날을 설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줬던 것 같아요. '자율 경영'을 가정에서 실천하신 거죠.자식을 인재로 만들려면 부모도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부모가 희생하면 자식들은 분명히 따라옵니다."

부친의 교육 덕분일까.

박 사장의 형은 한미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박석원 전 두루넷 사장이며 두 동생은 중앙대 교수를 역임하는 등 한국 사회의 '인재'로 성장했다.

그렇게 엄격했던 아버지를 이제는 박 사장도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