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개인간(P2P) 음악파일 공유 업체인 소리바다는 지난 5일 삼성전자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디지털 음악 사업에 필요한 단말기와 콘텐츠를 상호 공급하고 음악 상품을 함께 개발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로써 소리바다는 휴대폰을 이용한 음악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소리바다는 이에 앞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등과 협상을 벌여 저작권 문제도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소리바다는 지난 수년 동안 저작권 분쟁에 시달렸다.

또 무료 서비스로 출발한 탓에 자금도 바닥이 났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형국이었다.

바로 이 시점에 삼성전자를 만나 벼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공짜 음악'의 대명사

소리바다가 등장한 2000년만 해도 P2P는 개념조차 생소했다.

디지털 음원 저작권 기준도 없었다.

이런 점에서 P2P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소리바다는 인터넷 역사에서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한다.

다음이 이메일로,야후가 검색으로 네티즌들의 시야를 넓혔다면 소리바다는 P2P와 온라인 음악 세상을 알려줬다.

P2P 서비스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기 때문에 서비스 업체는 고객 정보나 콘텐츠를 서버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원하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공짜로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다.

소리바다는 나오자마자 단숨에 국내 최강의 음악 서비스로 떠올랐다.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획기적 아이디어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단숨에 이목을 끌었지만 저작권자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했다.

◆소송으로 얼룩진 역사

소리바다는 P2P 무료 서비스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저작권 침해 혐의로 끊임없이 소송에 시달렸다.

지난해 초 서비스 유료화를 선언할 때까지 만 6년 동안 음악 업계와 가수,제작사,작사가,작곡가 등 음원 권리자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오프라인 음악이 쇠퇴하면서 소리바다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졌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오프라인 음악 시장은 급속히 붕괴했다.

소리바다 회원이 늘어날수록 음원 권리자들의 원성과 비난은 커졌다.

소리바다의 소송사는 200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리바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7개월 만인 2001년 초 당시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소리바다 운영자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같은 해 8월 서울지방검찰청은 소리바다 운영자를 불구속 기소했고,2002년 2월엔 소리바다에 대해 서버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소리바다는 서버를 거칠 필요가 없고 P2P 서비스만 제공하는 '소리바다2' 버전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02년 8월 이번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소리바다를 상대로 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소리바다는 개별 음악업체들을 비롯해 새로 출범한 한국음반제작자협회(음제협) 등 숱한 권리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최종적으로 패소한 2005년 11월엔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소리바다는 음제협을 시작으로 음반 업체들과 차례로 합의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7월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유료 서비스 업체들과 경쟁해야

지난해 하반기에 소리바다는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메디아와 합병해 우회상장에 성공했고 최대주주도 소프트랜드에서 다시 창업자인 양정환 사장으로 변경됐다.

7월엔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리바다 창업 이래 처음으로 돈을 받고 P2P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무료 서비스의 대명사였던 소리바다는 이제 옛 얘기가 됐다.

유료로 전환하면서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이젠 다른 음악 사이트들과 다를 게 없어졌다.

압도적 1위였지만 유료화 전후로 순위가 5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제 방문자 수는 무료 시절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음원 권리자들에게 과거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 및 영업권 상각 등을 해주느라 무려 360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무료 서비스 시절 소리바다의 강점은 '무료'와 'P2P'였다.

이 가운데 '무료'는 사라졌고 P2P만 남았다.

더 이상 온라인 음악 시장의 절대 강자도 아니다.

이에 소리바다는 국내 최대 P2P 네트워크란 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리바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손지현 상무는 "국내 최대 P2P 네트워크와 관련 기술력으로 승부할 계획"이라며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휴대폰으로도 서비스를 한다면 MP3플레이어에 이어 휴대폰 시장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