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M&A(인수합병) 펀드들이 잇따라 상장사를 대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한 후 보유지분을 비싼 값에 되파는 형태의 그린메일에 나서고 있다. 이는 M&A를 이용한 투자 기법의 하나지만 일각에선 상장사 대주주의 약점을 빌미로 지나치게 머니게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그린메일(Green Mail)이란 외부 세력이 특정 기업의 상당 지분을 확보한 후 대주주를 협박해 매입 단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되사주도록 요구하는 투자 기법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모M&A펀드를 운용하는 제너시스투자자문은 유가증권 상장사인 디아이 지분 13.06% 가운데 4.38%를 디아이 자회사인 테스트포스에 최근 장외매각했다. 매각 단가는 주당 2870원으로 거래가 이뤄진 당일 주가보다 25%가량 높은 가격이다. 테스트포스는 디아이의 관계사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디아이가 관계사를 동원해 제너시스 지분 중 일부를 비싼 값에 되사준 셈이다.

제너시스투자자문은 사모 M&A펀드를 통해 당초 지난해 8월부터 10월 말까지 디아이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경영참가를 선언했다. 이후 박원호 디아이 회장이 지난 10월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매입 가격을 문제 삼고,실질주주명부 열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모 M&A펀드가 경영참여 목적으로 상장사 지분을 취득할 경우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6개월이 지나자마자 그린메일 형태로 지분을 판 것이다.

제너시스 관계자는 "사모 M&A펀드의 차익실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인 그린메일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디아이가 이날 보통주 300만주를 이익소각키로 결정한 것도 제너시스 측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제너시스의 남은 지분 8.68%에 대해서도 디아이 측이 되사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너시스는 디아이 외에도 코스닥 상장사인 오엘케이와 제이콤 등의 지분 5% 이상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셋투자자문도 지난해 경영참여 목적으로 취득한 삼양중기 지분 14.27% 가운데 대부분(13.50%)을 지난 1월19일 삼양중기 계열사인 삼양제넥스에 당시 시가보다 12.5% 높은 가격(주당 3만7000원)으로 되팔아 그린메일에 성공한 적이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