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범죄로 선고된 징역형 형량의 일정 기간에 대해 실형을, 나머지 기간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일부 집행유예'는 현행 형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말다툼을 하다 상해를 입힌 혐의(집단ㆍ흉기 등 상해)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가 닷새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안모(52)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같은해 11월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기에는 벌이 지나치게 무겁고 상대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는 점에서 풀어주기에도 적절치 않다"며 징역 1년6개월 중 1년에 대해서만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6개월은 실형을 살아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재판부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1∼5년 간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된 형법 62조 1항을 근거로 들며 "이 조항이 일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을 배제하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

형법상 실형과 집행유예의 병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는 집행유예에 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형을 병과(자유형과 벌금형 등 2개 이상의 형벌에 처하는 것)하는 경우에 한정해 일부 집행유예를 허용하고 있는 형법 62조 2항에 비춰볼 때 집행유예 규정을 담은 형법 62조 1항은 하나의 형 전부에 대한 집행유예 규정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나의 자유형에 대한 `일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가능해지려면 요건과 효력, 일부 실형에 대한 집행의 시기와 절차 등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근거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