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등 국제투자자들이 중국발(發) 글로벌증시 하락 과정에서 그동안 팔았던 엔화를 매입,엔화가치가 달러당 116엔대로 올라섰다 (엔·달러 환율 하락). 지난 한 주간 엔화 상승률은 달러화 대비 3.7%,유로화 대비 3.5%였다. 이에 따라 엔화가치가 얼마나 더 오를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부분적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헤지펀드 등이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 엔캐리트레이드(yen carry trading)를 부분적으로 청산하기 시작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외환전략가인 모니카 판은 "주식을 많이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엔캐리포지션을 청산했다"고 밝혔다. 엔캐리를 통해 얻은 수익을 실현해 주가하락 손실분을 보전했다는 것이다.

엔캐리포지션 청산은 엔캐리를 통해 투자한 상품을 파는 것을 말한다. 달러화나 유로화 상품을 팔았다는 얘기다. 판 외화로 엔화를 매입하면서 엔화가치가 올랐다. 지난 주말인 2일 엔화가치는 달러당 116.80엔, 유로당 154.10엔을 기록했다. 주간 상승률은 달러화 대비 3.7%,유로화 대비 3.5%. 주간 상승률 기준 2년여 만에 최대치다. 엔화가치 오름세는 상하이증시의 종합주가지수가 9% 가까이 빠진 지난달 27일의 '검은 화요일' 충격 직후 시작됐다. 게다가 앨런 그린스펀 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subprime: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비싼 금리로 주택자금을 대출해준 것) 모기지 부실 우려가 고조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졌다.


◆향후 전망=엔화 전망은 엔캐리트레이드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 전문가마다 예상이 다르다. 크레디스위스그룹의 외환전략가인 라라 람은 "중요한 것은 시장의 동물적 감각이다"며 "현재의 분위기론 단기적으로 엔캐리 청산이 조금 더 일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NG파이낸셜의 외환트레이더인 존 매카시는 "지금 외환시장에선 엔화가 주인공이다. 다른 통화들은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른 통화들은 매각 압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외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번주 중 엔화는 강세기운을 타고 달러당 최고 115엔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시장의 구조적 요인으로 보면 엔캐리 청산이 대규모로 진행되기보다는 단기 진행 후 일단락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과 미국 및 유럽 간 금리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일본중앙은행이 지난달 인상했지만 연 0.50%에 불과하다. 미국보다 4.75%포인트,유럽보다 3%포인트,뉴질랜드보다는 6.75%포인트 낮다. 시장의 동물적 감각으로 엔캐리 청산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 라라 람 외환전략가도 "그러한 움직임은 경제의 펀더멘털(기본요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의 사사키 도오루 외환전략가도 "헤지펀드에 의한 엔캐리 청산은 어느 정도 해소 국면에 들어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 재무성 차관 재임 시절 엔화가치가 급등,'Mr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학 교수도 "일본과 미국 및 유럽 간 금리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엔캐리가 대거 청산돼 해외로 투자된 자금이 일본으로 급격히 환류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다이와증권의 박흥식 국제금융부 차장은 "세계증시 폭락으로 야기됐던 엔캐리 청산은 지난주 후반 진정된 것 같지만 엔화 강세 분위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전망이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 가운데 금주에 나오는 주요 경제 지표 결과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FRB가 7일 지역 연방은행의 경제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발표하고 9일 미국 고용 통계가 나온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5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재무장관 회담을 갖는 것도 주목된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