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의 연례 실적발표회가 열린 독일 루드빅스하펜의 바스프 본사.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기업의 행사였지만 기자회견장엔 시종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독일 기자들은 바스프가 잇따라 시도한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며 연신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바스프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농화학사업 분야에 대해서도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바스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3.1%,영업이익은 18.2% 증가한 실적을 올렸지만 유독 농화학 부문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농화학 분야의 전년 대비 매출은 1.9%,영업이익은 37.2%나 감소했다.

그러나 위르겐 함브레히트 바스프 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농화학사업(생명공학) 분야는 바스프의 미래가 걸린 새로운 성장동력이므로 이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것이었다.

함브레히트 회장의 이 같은 의지는 바스프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내역을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바스프가 농화학분야의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4억400만 유로로 전체 R&D 투자액의 31.6%에 달했다.

이 분야의 영업이익이 4억3500만 유로였던 점을 감안하면 벌어들인 돈을 모두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셈이다.

이미 바스프는 플라스틱과 화학소재를 주요 사업 분야로 유럽에서 6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세계 정상권의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최근 들어서는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10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정부나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방향을 찾지 못해 머리만 싸매고 있는 동안 세계 1등 기업들은 부지런히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경제에 다가오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루드빅스하펜(독일)=유승호 산업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