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감상이나 수집만이 아니라 재태크 수단으로도 미술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색다른 맛’을 노리는 미술 애호가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북한 미술이 소리 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포털아트(www.porart.com) 등 경매사이트를 통해 월간 1000여점 이상 판매되면서 북한 미술품은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닌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가 되고 있다.

일부 화가의 작품의 경우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즉시 구매가에 낙찰될 정도로 매니아층이 생겨나고 있고, 그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북한 미술에 관심있는 독자와 애호가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기 위해 북한 화가를 조명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한국과 중국의 동양화와는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북한 미술의 여러 우수한 화가들 중에서는 우선 월북화가 효원(曉園) 정창모 화백(76세)을 꼽을 수 있다.

화조화, 풍경화, 인물화, 정물화 등 조선화의 각 장르에서 대가로 칭송받는 정창모 화백은 1931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매화를 잘 그렸던 외할아버지 리광렬 화백의 영향으로 붓을 쥐게 된 정창모 화백은 초등학생 떄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가난으로 인해 미술을 마음껏 배울 수 없었던 그는 6.25 전쟁 후 북으로 넘어간 뒤 당시 개성 미술가동맹위원장 림홍군의 지도로 기초를 다지게 된다.

이후 26살의 늦깎이 학생으로 평양미술대학에 입학, 조선학부로 진학한 그는 졸업 작품을 통해 조선화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1963년 대학 시절을 마친 정 화백은 평양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미술동맹 현역 미술가로 배치돼 활발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대표작으로 유명한 <북만의 봄>은 1966년에 제9차 국가미술전람회에 출품된 후 수 차례 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끈 작품이다.

북만의 봄 (108x148cm) 조선화

정 화백 그림의 특징은 부드럽고 여운을 남기는 듯한 색채 표현에 있다. 그는 동양화의 전통기법인 몰골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몰골법이란 윤곽선 없이 먹이나 채색만으로 형태를 표현한 그림을 말한다. 별 다른 선없이 붓이 지나간 자리에 폭포가 떨어지고 바위가 솟고, 매화 가지 위로 달이 떠오른다.

특히 그의 풍경화를 보면 색채가 거칠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윤곽과 음영, 역동감이 잘 살아나 있다.

정창모 화백은 1975년 북한의 미술창작기지인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의 풍경화실 실장을 역임했다.

1977년에는 <백두산의 봄>과 <천선대의 가을>을 창작해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고, 1989년에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이 시기, 즉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에 수많은 풍경 화조 그림을 내놓으며 창작의 전성기를 누렸다.

정 화백은 약 3000여점의 작품을 그렸는데, 이 중 국보로 평가돼 조선미술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은 100여점, 국보적인 가치를 갖는 우수작품은 400여점에 이른다.

작년에는 중국 베이징 국제미술전에서 '남강의 겨울(120x74cm)'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해 국내에도 알려진바 있다.

그 외 주요작품으로는 <분계선 옛 집터>, <비봉폭포의 가을>, <만경대의 봄> 등이 있다.

화조 (47cmx102cm.) 조선화 <자료: 포털아트>


달밤의 매화 (132X65cm) 조선화 2004 <자료: 포털아트>


노을에 비낀 해금강 (72X123cm) 조선화 1999 <자료: 포털아트>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