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루루' 한국어판 출간

"심심하시다고요? 그럼 친구들을 불태워버리세요. 짜증이 난다고요? 옆 사람의 뺨을 찰싹 때려요."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엽기적인 소녀는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이브생로랑(Yves Saint Laurent)이 그린 만화책 '발칙한 루루'(이다미디어)의 주인공 소녀 '루루'다.

'이브생로랑이 만화책을 내다니?'하고 의아해할 독자들도 많을 터. 이 책은 그가 스무 살이던 1956년 그린 유일한 만화책이다.

1967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나왔지만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책은 '루루'를 둘러싼 2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있다.

빨간색 치마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 루루는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지만 성격과 행동은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이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창녀! 매춘부야!"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짝사랑하는 남자의 애인 집에 불을 지르고 발레 공연 발표날에 누드로 무대에 오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간호사로 병원에 취직한 루루, 아기들에게 분유 대신 포도주를 먹이고 신생아와 흰 쥐를 바꿔치기 한다.

부활절에 썩은 달걀을 아이들에게 먹인 뒤 배탈이 나 죽은 아이들을 묻으면서 기쁨의 만세를 부른다.

'루루'는 이브생로랑이 어느 날 무릎까지 걷어올린 바지에 검정 양말, 빨간색 망사 치마를 입고 곤돌라 사공의 모자를 쓰고 나타난 동료 디자이너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것이다.

50년 전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발적인 스토리와 깜찍한 그림은 젊은 시절 이브생로랑이 선보였던 파격적인 디자인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 문득 일탈이 그리워진다면 루루의 기발한 장난 속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 생활 속에서 절대 따라하면 안된다.

최정수 옮김. 128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nan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