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천만 남의 노예가 된 동포여! 살았는가,죽었는가.

단군과 기자 이래 사천 년의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별안간 멸망하고 말았도다.

아! 원통하도다.

동포여! 동포여!"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틀 뒤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이 쓴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의 끝 부분이다.

그는 이 논설 때문에 일본 경찰에 구금됐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격분을 자아냈다.

이처럼 한 편의 글이나 연설은 세상을 움직이고 역사의 줄기를 바꿔놓는다.

'자유의 종을 난타하라'(손동우·양권모 지음,들녘)는 동학혁명에서부터 제2공화국의 시작까지 우리 역사의 고비에 굵은 궤적을 남긴 명문(名文)들을 소개한 책이다.

1894년 전봉준이 동학군의 궐기를 호소하기 위해 직접 쓰고 낭독했던 '무장 창의문(倡義文)과 백산 격문'으로부터 독립신문 창간사,이준 열사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연설,기미독립선언문과 단재 신채호의 조선독립선언문,백범 김구의 임시정부 개선 환영대회 연설,'못살겠다 갈아보자'로 유명한 신익희의 선거유세 연설문,장면 총리의 1960년 제2공화국 경축사에 이르기까지 27편의 명문들을 싣고 있다.

아울러 당시의 신문과 증언,자서전과 회고록 등을 참고해 해당 글이 쓰이고 발표된 현장과 시대적 배경,인물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 현장감을 살렸다.

책의 표제는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고 했던 1960년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의 '4·19혁명 선언문'에서 따왔다.

404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