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는 23일 달러당 121.40엔 전후의 약세를 지속했다. 교역국 간 교역량과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엔화를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Q=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는 데도 엔화가치는 왜 오르지 않나.

A=일본의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는 지난 21일 연 0.5%로 인상됐지만 미국(연 5.25%) 영국(연 5.25%) 한국(연 4.5%) 유럽연합(연 3.5%)과 비교해 턱없이 낮다.

이렇다 보니 '엔캐리 트레이드'가 성행,엔화 공급이 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오는 7월 참의원선거를 의식해 추가 인상을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엔화 약세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지난 1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것 역시 엔화 약세에 한몫하고 있다.

Q=미국은 왜 엔저를 용인할까.

A=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낮은 위안화 가치에 대해선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일본의 엔화가치엔 문제가 없다"고 수차례 말했다.

유럽 각국이 엔저를 비판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시 행정부가 우방국인 일본을 봐주고 있다는 정치역학적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엔저를 용인하는 건 철저히 경제적 계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JP모건의 임지원 상무는 "미국은 경상수지적자(작년 8000억달러 추정)를 엔캐리 트레이드 등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유입 등으로 메우고 있다"며 "이런 돈 흐름이 엔화 강세로 끊기는 걸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Q=엔화 약세는 한국에 나쁘기만 한가.

A=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득도 있고,실도 있다.

대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에 상품을 수출하는한국기업들은 불리해진다.

똑같은 원화가치의 물건을 수출하더라도 엔화값으로 바꾸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서다.

일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는 셈이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려고 엔화가격을 내리면 그만큼 원화 이익이 줄어든다.

비슷한 원리로 미국 EU 등 제3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국내 제품도 불리하다.

반면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엔 이득이다.

같은 엔화 수입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원화가 줄기 때문이다. 부품·소재 등 일본산 자본재 수입의존도가 놓은 한국 기업으로선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측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환율이 10% 떨어지면(엔화가치 하락) 한국의 전체 수출은 16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원화표시 대일 수입가격 하락으로 전체 수입은 4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무역수지로는 20억달러의 적자 요인이 발생하는 셈.반면 원화의 실질구매력이 올라 엔화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 소비와 투자는 소폭 늘어난다.

결과적으론 경제성장률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Q=엔화 약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A=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노무라증권은 올 6월까지 엔화가 달러에 대해 추가로 3%가량 하락해 달러당 124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상반기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엔·달러환율 전망을 종전 달러당 120엔에서 122엔으로 상향 조정(엔화가치 하락)했다.

문제는 하반기 일본의 금리 인상 속도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다른 나라의 금리차가 3%포인트 정도로 좁혀진다면 엔화 약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3%포인트 이내로 좁혀지려면 미국이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일본은 1.75%포인트 올려야 한다.

그러나 국제금융가에선 후쿠이 일본은행 총재가 내년 3월 임기 때까지 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정도 더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내리거나 역으로 일본이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현재의 엔화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외환딜링팀의 우동범 과장은 "올 상반기 중 달러당 123엔까지 엔화가 떨어졌다가 하반기엔 미국과 일본 경기 상황에 따라 118~120엔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의 지나친 엔저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외국투자자들이 일본행을 꺼리고,미국 EU 등과 무역마찰 요인이 생기면 갑자기 엔고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