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등 국내 41개 경제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200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조직위원장 정운찬 한국경제학회장)'가 13~14일 이틀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다.

300편가량의 논문이 발표되는 이 대회의 올해 주제는 '외환위기 10주년:우리는 무엇을 배웠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로 정해졌다.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인 노조의 영향력은 감소했지만 상위 10%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은 여전해 기업의 수익력을 떨어뜨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기관은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실질적인 규제개선을 시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14일 열리는 200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사회 변화상을 집중 분석한 논문이 소개된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 연구로 진행한 '정치경제적 환경변화가 노동조합의 기능에 미치는 효과' 연구는 막강한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이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끌어내린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 줘 주목된다.

이 밖에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위기 후 10년:우리경제의 진단과 해법',김진국 건양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쟁제한제도의 규제개혁' 등의 논문은 금융과 규제 분야의 문제점을 학술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노조에 발목잡힌 대기업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팀 논문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인 1999∼2004년 노조와 기업 수익성의 상관관계를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자산 규모 상위 10% 기업에서 노조활동이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떨어뜨린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노조 활동이 약화된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조합이 기업의 수익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노조는 강력하게 결속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반면 중소기업 노조의 영향력은 약화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제민 교수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회귀분석을 한 결과 외환위기 이후에도 노조가 있는 상위 10%(총자산 기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2%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981∼1986년의 경우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집단 목소리'가 대기업에 비해 컸고 1988∼1996년에는 민주화 진행과정에서 노조가 잇따라 조직돼 노조원들이 향유하는 프리미엄이 중소기업 대기업을 가릴 것 없이 빚어졌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노동조합의 강경투쟁 등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저하가 대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노조가 경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 돕지 못하는 금융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후 10년간의 한국경제를 진단하면서 "수출로 확보된 성장추진력을 경제활력으로 연결시키는 '변속장치'인 금융시스템이 낙후된 데다 운용마저 매끄럽지 못하다"며 호되게 비판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금융시장에 대해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버블과 쏠림현상 등 왜곡요인이 나타나고 있으며 △시장 스스로 작동되지 못하고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나 개입이 여전히 필요할 정도로 시스템이 낙후하며 △부동산 위주의 자산운용 방식 등으로 미뤄 볼 때 리스크에 대처하는 자세가 여전히 안이하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금융부문이 경제활성화를 돕기 위해 다양한 투자은행이나 채권시장의 육성이 필요하고 정부는 금융시장에 개입하기보다 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완화 확신 못주는 공정위

김진국 건양대 교수는 "규제기관인 공정위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은 여전히 규제개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정위에 보다 실질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우선 "공정위가 개별산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부처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 규제개선 효과를 효율적으로 확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기관인 공정위와 일선부처 간에 목적이 같다고 하더라도 정책수단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정위 입장에서는 일선 부처가 반경쟁적 수단을 통해서가 아니라 조세부담 경감이나 재정지원 등 직접적인 정책수단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공정위가 추진 중인 규제개혁이 구호로만 그칠 게 아니라 사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들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