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유ㆍ최근 자살 시도 여부 등 의문 남아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L빌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인기 탤런트 정다빈(27.여.본명 정혜선)씨의 죽음에 대해 경찰이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몇가지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존재하고 있다.

정씨가 소속됐던 매니지먼트사가 경찰의 `자살 잠정 결정' 소식에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11일 정씨의 자살 동기에 대해 보강 수사를 펼치고 있으며 정확한 사인확인을 위해 정씨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 측근들 `자살 사유' 관련 의혹 제기 = 경찰은 정씨가 일거리가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지난해 매니저의 구속으로 힘들어 했다는 주변 진술을 토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정씨가 최근 새 드라마 촬영을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경찰이 `일거리가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정씨 친구의 진술을 토대로 정씨의 사인을 자살로 잠정 결정 한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숨진 정씨와 함께 10일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던 후배 J(여)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씨가 차기 작품을 거론해 가며 향후 연예계 활동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씨의 소속사 세도나미디어측도 "(정)다빈씨가 죽기 전날 아는 언니와 통화에서 죽은 날 오후에 약속을 잡았고 후속작품에 대해서도 의욕을 보였다"며 "유니씨의 자살에 대해서도 주위사람들에게 `자살할 마음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좋지 않게 이야기했다"며 자살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 최근 자살 시도 있었나 = 정씨의 자살시도 경력에 대해서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팔목에 주저흔이 남아있다.

남자친구로부터 `4개월 전쯤 (정씨가) 손목을 그어 자살하려고 한 적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정씨의 어머니나 소속사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소속사측 역시 "팔목의 상처는 고1때부터 있던 상처"라고 말했으며 정씨와 7년만에 만났다는 후배 J씨도 "처음 언니(정다빈)를 만났던 98년에도 있던 상처"라고 설명했다.

소속사측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모두 예전부터 있던 상처라고 말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남자친구가 틀린 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남자 친구 이씨는 현재 휴대전화를 꺼 놓은 채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정씨가 어렸을적부터 흉터를 가지고 있었으며 작년에도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은 남자친구 이씨도 알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살 전 다툰적 있나 = 주위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 숨지기 직전 새벽 술자리에서 정씨는 남자친구와 다소 냉랭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언니(정다빈)가 `남자친구가 다른 건 다 참아도 술 마시는 건 싫어한다'면서 남자친구가 올 때까지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이었다"며 "언니가 남자친구 몰래 입모양으로 `(남자친구가) 화났다'고 말했으며 남자친구의 표정도 그리 밝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정씨가 남자친구와 다퉜다는 소문이 있어 확인을 해봤지만 아직은 그런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다퉜다고 하더라도 죽음과는 연관성이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새벽 술자리 만취상태였나 = 정씨가 숨지기 전 새벽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술에 취했는지도 말이 엇갈린다.

남자친구 이씨는 경찰에서 "정씨가 어젯밤 술에 많이 취해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술에 취해 못 일어나겠다.

데리러 와 달라'는 부탁을 (정씨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측은 "술집이야기나 같이 술을 마신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봤을때 (정)다빈이 술에 취한것 같지는 않다"며 "남자친구의 경찰 진술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J씨 역시 "새벽까지 함께 술을 먹었지만 언니(정다빈)가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만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