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백화점들이 상품권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장외 시장에서 5%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조달하는 기업이 적지 않아진 데다 소비자들도 상품권을 주고 받으며 '생색'만 낸 뒤 다시 장외 시장으로 돌리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

장외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팔린 상품권이 곧바로 백화점 매출로 돌아오지 않고 전전매매(轉轉賣買)되는 일도 잦아졌다.

중견 공조 설비 생산업체인 A기계에 근무하는 김호영씨(42·서울 오금동)는 지난 추석 때 회사로부터 받은 10만원짜리 상품권 두 장을 백화점 근처 구두방에 9만4000원씩에 팔아 현금화했다.

이렇게 구두방이 사들인 상품권은 명동 일대 상품권 장외거래소로 모여 든다.

수집된 상품권은 다음 명절 때 또 다른 기업체에 장당 9만5000원 선에 넘어가 직원들에게 뿌려진다.

이번 설을 앞두고 김씨가 팔아 치운 상품권 두 장도 다른 상품권들과 함께 B회사 자금팀이 가져 갔다.

상품권 장외거래업체인 씨티원 관계자는 "위조 상품권 확인을 위해 고유 번호가 입력된 바코드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번 판매한 상품권이 여러 사람 손을 거쳐 다시 되돌아온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며 "백화점으로 회수되지 않고 장외시장에서 많게는 4~5회전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장에 풀려 있는 상품권 수가 늘면서 할인 거래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 추석 직전 9만5500원(고객이 살 때 기준)에 거래되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은 9일 현재 9만4500원 정도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장외 거래 가격 하락은 정가 구매 고객의 이탈을 부추겨 백화점 손실로 이어진다.

이래저래 백화점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