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자 = 김준한 포스코 경영연구소 소장 >

한때 개인용컴퓨터(PC)의 대명사였던 '빅블루' IBM은 더 이상 PC를 만들지 않는다.

1990년대 초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내며 기울어가던 하드웨어 회사 IBM은 대대적인 혁신을 거쳐 세계 최대의 서비스 및 컨설팅,e비즈니스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전 세계 160여개국,6만5000여명의 컨설턴트를 총괄하는 IBM GBS(Global Business Service) 부문의 사령탑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 대표와 김준한 포스코 경영연구소장이 '대한민국 혁신포럼2007'이 열린 지난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대담을 나눴다.

로메티 대표는 "혁신에는 개방과 협업 등이 핵심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혁신을 위해선 혁신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한 소장=이번 혁신포럼에서도 또다시 느꼈지만 혁신은 국가나 기업에 중요한 화두이며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IBM의 혁신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아직 IBM 하면 PC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로메티 대표=IBM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회사,또는 서비스 회사라고 특정짓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엔터프라이즈 컴퍼니'라고 부릅니다. 다른 기업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고 첨단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합니다. IBM은 비즈니스 솔루션이 아닌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여러 가지 서비스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위주로 꾸준히 재편하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정리하고 있습니다.

◆김 소장=기업이 존립하고 성장하려면 소비자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런 과정이 혁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소비자 요구에 잘 대응해온 IBM은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IBM의 혁신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인가요.

◆로메티 대표=IBM은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게 혁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IBM은 어떻게 혁신할지 고민했죠.'어떻게'와 관련해 몇 가지 핵심요소를 말하자면 '개방적'(open)이고 '협업적'(collabaration)이며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인 동시에 '글로벌'(global)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혁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76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은 혁신을 단순히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혁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김 소장=포스코는 제조회사로서 프로세스 혁신,생산성 극대화부터 혁신을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6시그마 운동을 통해 다학제 간 연구와 협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만의 혁신 문화인 '포스코 웨이'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GE IBM 도요타 등을 벤치마킹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어느 정도 구비했습니다. 그러나 요체는 종업원과 이해 당사자들이 이를 체화해 문화로서 받아들이는 것인데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로메티 대표=지금까지는 혁신의 여러 측면 중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만 얘기했습니다. 사실 미래엔 모든 측면의 혁신이 요구됩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혁신의 문화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IBM은 기업 가치를 재점검하면서 출발했습니다. IBM에 중요한,세계에 중요한 혁신을 추진하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 목표는 굉장한 영감을 줬고 혁신이 체화되는 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조직 내에서 혁신을 활성화시키려면 개방과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IBM은 구체적으로 3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글로벌이노베이션아웃룩(Global Innovation Outlook)'이란 포럼입니다.혁신을 IBM 차원이 아닌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보기 위한 것으로 정부 시민단체 벤처기업 등 각계 인사가 모여 의료의 미래,기업의 미래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토론합니다.두 번째는 '싱크 플레이스(Think Place)'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직원들이 회사를 바꿀 수 있는 방법,고객을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면 동료들이 평가하고 채택합니다. 최근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이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엔 종업원 고객 가족 등이 참여해 문제점과 많은 해결 방법을 제시합니다.

◆김 소장=혁신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입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IBM은 160여개국에 달하는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인적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로메티 대표=앞으로 인재 확보와 유지가 기업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전문인력은 세계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활용하는가입니다. 이를 위해선 스킬 네트워크(Skill Network)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훈련입니다. 종업원에게 평생교육과 경력관리를 제공합니다. 또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학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혁신과 인력을 연결시켜 앞으로 기업은 글로벌하게 통합된 기업으로 갈 것입니다. 지구 여러 곳에 센터를 두고 네트워크를 구성해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죠.이것이 미래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노동력만 아웃소싱했다면 이젠 아이디어도 아웃소싱하는 것이죠.

◆김 소장=한국은 혁신에 투입하는 자원은 세계 7위지만 현재까지 혁신은 부문별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고 그것도 모두가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한국에도 미국의 NII와 같이 혁신 추진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로메티 대표=투입에 비해 산출이 낮은 것은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부와 민간 등 각 부문 간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NII와 같은 주체가 있으면 국가 차원의 혁신이 훨씬 활성화될 것입니다. 미래의 혁신이 현재와 달라지는 건 협업이 이뤄지고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형태로 추진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 산업이 융합되고 있는데 협업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김 소장=세계 경제를 보면 기술의 융복합화가 이뤄지고 있고 기업,산업 내에서도 대형화,협업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서로간의 협력이나 요소들 간의 융복합화는 혁신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것을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로메티 대표=우선 지도층 그룹이 리더 역할을 해야 합니다. NII의 경우 정부가 나서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정부건 기업이건 특정 주체가 먼저 나서 노력을 집결해야 합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 혁신일 경우엔 하나의 주체가 주도하고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글=김현석·김동윤 기자 realist@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kang@hankyung.com

----------------------------------

< 김준한 소장은 >

△서울대 상대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박사 △주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관 경제조사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직대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2006년 3월∼) △저서 건설경제론(박영사)


-------------------------------------------

< 지니 로메티는… >

IBM의 컨설팅 사업부인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 총괄 대표이자 IBM글로벌의 수석 부사장이다.

2002년 IBM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컨설팅 부문을 35억달러에 인수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수 직후부터 BCS(Business Consulting Services)의 대표 파트너를 맡아 왔으며 GBS로 확대 개편된 후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GBS는 IBM의 가장 큰 사업본부로 매출이 460억달러(2004년 기준)에 달한다.

샘 팔미사노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임원으로 앞으로 IBM 전체를 이끌 유력한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감으로 꼽히고 있다.

2005,2006년 미국 잡지 포천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여성 기업인'에 선정됐으며 2002년에는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뽑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