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오일 달러가 대거 아시아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9·11테러 이후 서방 투자를 꺼리고 있는 중동지역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아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오일 달러의 대(對) 아시아 투자는 은행 통신 건설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인도 통신서비스업체인 허치슨에사르의 매각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회사 대주주인 홍콩의 허치슨텔레콤은 지분 67%를 공개 매각하기로 하고 작년 말 국제 입찰에 부쳤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입찰가격은 8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집트의 제4위 통신업체인 오라스콤텔레콤이 입찰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라스콤이 무려 20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카타르 국영 카타르텔레콤은 지난달 싱가포르 국영 투자운용회사인 테마섹이 보유하고 있던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텔레미디어 주식 25%를 6억3500만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카타르텔레콤은 테마섹과 손잡고 싱가포르 통신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오일 달러는 중국의 국유 상업은행 기업공개(IPO)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작년 10월 이뤄진 중국공상은행(ICBC) 공모주 입찰에 쿠웨이트투자청(KIA)이 약 7억2000만달러,카타르 정부가 2억달러 상당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 작년 6월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이끄는 '중동투자단'은 중국은행 공모주 입찰에 참여,20억달러 상당의 지분을 취득했다.

한국의 스틱IT투자는 지난해에만 약 2억달러의 오일 머니를 유치하는 등 모두 3억5000만달러를 끌어들였다고 이 회사 임정강 부사장이 밝혔다.

아가르왈 ABN암로 시장분석가는 "중동지역에 축적된 달러가 급증,향후 2~3년 사이에 약 5000억달러가 어디론가 투자처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 치우쳤던 투자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오일 달러의 아시아 러시'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