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전국 단위의 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가 있는 제조업종에 새로운 조합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복수 조합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유지돼온 '단일 업종 조합·연합회 체제'가 단체수의계약 폐지와 협동조합법 개정으로 2개 이상의 조합이 업종 대표 조합을 놓고 겨루는 경쟁 체제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업종·지역별 단일 조합 제한 규정이 폐지된 이후 4개 업종에 전국 단위의 복수 조합이 등장했다.

올 들어 감시기기조합이 있는 CCTV업종에 CCTV조합,금속가구조합연합회가 있는 금속가구업종에 학교용금속가구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알루미늄조합연합회가 있는 알루미늄업종에 알루미늄압출조합,재생플라스틱조합이 있는 재생플라스틱업종에 폐합성수지재활용조합이 각각 신설됐다.

영세업체들,새 조합 설립으로 활로 모색

학교용금속가구조합은 기존 연합회가 사무용 가구업체 위주로 운영되는 것에 불만을 느낀 교구전문업체들이 따로 모여 설립했다.

조국환 조합 이사장은 "최근 학교 책걸상시장에 퍼시스 리바트 등 대기업들이 본격 진출하면서 교구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나 기존 조합에서는 제대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며 "조합원사들이 책걸상을 함께 개발해 '학교가구'란 공동 브랜드로 대기업들과 경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CTV조합은 감시기기조합 일부 회원사와 비조합원사들이 설립했다.

박병찬 조합 전무는 "공동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한국하니웰 등 대기업 대상으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차별화된 조합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려면 2개 이상의 조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조합과도 협력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 '세포 분열' 본격화될까

업계 일각에서는 이달에 몰려 있는 조합 총회와 선거를 기점으로 기존 조합의 분열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구매시장에 참여하려면 복수 조합이 필요한 데다 기존 조합 운영에서 소외된 조합원사들의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전국조합 전무는 "특히 서울·수도권 중심의 조합 운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나 단체수의계약 물량 배정을 위해 마지못해 참여해온 지방 조합원사들이 따로 살림을 차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조합의 수익원과 구심점 역할을 해온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됐고 새로운 공공구매제도에서 조합참여가 제한된 상황에서 조합 활동의 실효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조합 전무는 "공동 기술 개발 등 영세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조합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복수 조합 설립은커녕 기존 조합들도 고사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