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국내 제약사에서 제조한 일부 복제약(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효능을 내도록 만든 약)이 사실상 '불량품'에 가깝다는 내용의 검증 결과를 31일 발표하자 국내 제약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복제약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증폭되면 그동안 복제약에 의존해온 국내 제약사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의사협회의 이번 발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성분명 처방(의사가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약품을 처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 타격 불가피

의사협회가 이번에 생물학적 동등성 검증을 실시한 품목은 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가 동등하다고 정부가 공식 승인해야만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이번 시험 결과는 따라서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제조과정뿐 아니라 정부의 의약품 관리시스템에도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누구를 믿고 약을 먹어야 하나'란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

복제약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사들은 이번 파문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품목수 기준으로 68%,금액 기준으로 38% 정도(2005년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오리지널 의약품의 대부분이 다국적 제약사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사 전체 매출에서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된 상황에서 복제약에 대한 국민적 불신마저 커지면 상당수 국내 제약사가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노림수' 의심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에 대해 "의협으로부터 상세 자료를 받아 신뢰성을 검증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청은 그동안 복제약의 생동성 시험 과정에 대한 감시·감독을 소홀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들은 의협의 이번 검증 결과 자체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그 배경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성분명 처방 제도를 추진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의사들의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의사들이 성분명으로 처방하게 되면 약을 최종적으로 선택할 권한이 약사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복제약의 약효가 의심스럽다는 점을 의협 차원에서 이슈화함으로써 '제대로 된 약은 의사들만 선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게 의협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