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모험투자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한경과 IBM은 벤처기업의 젖줄 노릇을 하는 벤처캐피털의 기능 약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2000년 이후 벤처캐피털의 신규투자 금액 및 대상기업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최근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0년에서 2005년에 이르는 기간 중 벤처캐피털의 투자대상 벤처기업 수는 1901개에서 524개로 감소했다. 투자금액 역시 2조원에서 6651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벤처 거품'이 꺼진 이래로 시장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업력(業歷) 3년 이하인 초기 벤처기업보다는 어느 정도 시장성이 검증된 업력 7년 이상의 후기 벤처기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4년 28.7%에 달하던 벤처캐피털의 초기벤처 투자비율은 2005년 20.9%로 감소했다. 반면 14.2%에 불과하던 후기벤처 투자비율은 21.7%로 증가했다. 벤처캐피털이 장기투자가 아닌 안정성 위주의 소극적인 투자 행태를 보임으로써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을 추구하는 본연의 기능이 점차 약화돼 가고 있다.

투자회수의 구조적 문제도 모험투자가 부진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국내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회수하는 경로는 코스닥을 통한 기업공개(IPO)가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수합병(M&Aㆍ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와 반대로 미국 벤처캐피털의 경우 기업공개를 통한 회수비중은 20%에 불과하다.

벤처기술 평가역량의 부재도 문제다. 리스크캐피털은 기술담보에 근거해 사업화 자금을 지원해야 되지만 국내 업체들은 일반 담보에 의존해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일반 담보가 부족한 벤처는 이에 따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05년 정보통신 연구진흥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연계돼 지원되는 기술담보 대출실적은 2004년에 410개 과제,1334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해 2005년(1~8월)에는 201개 과제,725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일반담보 대출의 경우 2004년 93개 과제,848억원 규모였던 것이 2005년(1~8월)에는 97개 과제에 1074억원을 기록해 전년 실적을 추월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