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은 전임 앨런 그린스펀 의장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을 다지면서 FRB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게 월가의 평가다.
강력한 카리스마는 아직 갖추지 못했지만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개방형이라는 점도 나름대로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미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올해를 지내봐야 가능할 것이라는 유보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역대 최고의 FRB 의장으로 꼽히는 그린스펀 의장 때문에 다소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린스펀의 그림자가 워낙 커 처음엔 다소 왜소해 보이기도 했다.
경제학자 출신이 과연 '세계의 경제대통령'자리를 잘 해낼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의 지론인 '인플레이션 타깃팅(물가관리 목표제)'을 성급히 도입하려다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의구심과 우려는 취임 1년을 지나면서 상당 부분 가셨다.
그는 그린스펀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대신에 자신만의 특징을 살려 FRB정책에 투명성과 개방성을 심는데 성공했다.
그린스펀식의 모호한 표현대신 학자답게 직설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어냈다.
아울러 시장과의 대화도 중시해 시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계속되던 금리인상 행진을 작년 8월 종료하고 금리동결정책을 취해 미 경제가 연착륙 기조에 진입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금리 동결 결정 때 계속해서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FRB 내의 정책 토론과 의견 개진도 활성화됐다.
인플레이션 타깃팅도 성급한 도입을 유보했다.
대신 내부적으로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1∼2%를 목표치로 삼아 운용함으로써 무리를 피하면서 효과를 거두는 운용의 묘도 발휘했다.
버냉키 의장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취임 초기 발언을 쉽게해 신뢰성에 타격을 준 점도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미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올해 금리정책이 더욱 중요한 만큼 그의 능력 발휘는 지금부터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