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와 류더화가 주연한 전쟁사극 영화 '묵공'은 개봉 14일 만인 24일 현재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사실상 흥행 실패다.

하지만 제작자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손실을 만회할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은 '묵공'이 합작 영화라는 데 있다.

이 영화에는 한국 보람영화사를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등이 400만달러씩 총 1600만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흥행 수입은 중국측이 가져 가지만 나머지 국가의 수입은 한국 홍콩 일본 등이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이 영화는 이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상당한 흥행 실적을 올렸다.

다음 달 초 개봉하는 일본에서도 이미 '반응'이 나타나고 있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일본 DVD 판매 수익과 유럽과 미국 배급권 판매 수익도 들어온다.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는 "해외 실적이 좋아 원금을 무난히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합작했던 '칠검'도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해외 수입으로 소폭 이익을 냈다.

다국적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합작 영화와 방송 드라마가 늘고 있다.

아시아 국가 간 합작뿐 아니라 미국과의 합작도 이뤄지고 있다.

합작 드라마에 투자하는 문화산업 펀드까지 결성됐다.

한국 태원엔터테인먼트와 홍콩 비주얼라이저는 200억원 규모의 영화 '삼국지-용의 부활' 합작 계약을 맺고 다음 달 촬영에 들어간다.

한국 MK픽처스와 중국 화의영화사는 전쟁영화 '집결호'를 함께 만든다.

두 영화 모두 한국측이 메인 투자를 하고 중국측이 인력을 투입하는 조건이다.

국내 최대 영화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도 일본과 미국에서 6편의 합작 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는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을 영화화한 '용과 같이'와 이준기가 주연하는 '첫눈',공포영화 '착신아리 파이널' 후속작 '검은 집' 등을 공동 제작한다.

미국에서는 워너 브러더스가 제작하고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하는 영화 '오거스트 러시(August Rush)' 등에 일부 투자해 세계 배급 수익도 나눠 갖는다.

한·미 합작 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줄리아 프로젝트'.한국의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포커스피처스와 순제작비 2500만달러 중 절반씩을 부담해 전 세계 배급 수익을 반분한다.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의 사랑과 삶을 다룬 이 작품은 프라임이 기획하고 포커스피처스가 제작과 배급을 맡기로 했다.

유니버설 계열사인 포커스피처스는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과 '와호장룡' 등을 만든 명문 제작사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MBC와 중국 이앤비스타스가 공동 제작하는 '사랑의 요리사'(가제)가 관심을 끈다.

60억원의 제작비 전액을 국내 한·중 합작 드라마 펀드가 부담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현대증권이 중국 내 배급선을 확보한 데다 중화권 수출도 용이하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한 끝에 결성됐다.

지난해에는 한국이 연출과 촬영을 맡고 중국측이 자본을 투입한 드라마 '굿모닝 상하이'도 제작됐다.

최근 한국측이 중국 당계레 감독을 영입해 제작하는 액션 멜로 '11월의 비'도 공동 제작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합작 러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 한국영화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108편 중 평균 손익분기점인 130만명 이상을 모은 영화는 22편(20%)에 불과했다.

수출 장벽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화 수출은 2005년 7600만달러에서 지난해 2451만달러로 68%나 급감했다.

2005년 고가에 수출한 '형사'(500만달러),'야수'(400만달러),'태풍'(350만달러) 등이 일본에서 흥행에 참패하자 수입을 대폭 줄인 탓이다.

방송 드라마 수출도 2005년 1억162만달러에서 지난해 8589만달러로 감소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드라마 방영 횟수를 줄였다.

이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의 해외 합작은 연예산업이 나아가야 할 불가피한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은 영화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일본도 극장 흥행과 DVD 등 부가 판권 시장이 한국보다 5배 이상 크다.

미국 영화 시장은 한국의 20배 규모인 30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할리우드는 전 세계 시장에 배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역량을 보유한 곳이어서 시장 확대를 위해서 반드시 뚫어야만 할 대상으로 꼽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