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책임을 맡은 CFO들이 CEO직에 오르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CFO 출신들이 자금의 흐름을 꿰뚫는 재무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를 겸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도 이들의 'CEO직 등극'을 환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영국 FTSE1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CEO 출신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회사는 20곳에 달한다.
이는 5년 전(11개)에 비해 배로 급증한 숫자다.
CFO 출신으로 이달 초 보험회사 아비바의 최고경영자에 내정된 앤드루 모스,오는 4월 스탠리 핀크로부터 CEO자리를 넘겨받는 헤지펀드업체 맨그룹의 피터 클라크를 포함하면 22명으로 늘어난다.
미국기업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100대 기업의 CEO 중 20%가 CFO 출신이다.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화이자의 헨리 맥키넬,GM의 릭 왜고너,록히드 마틴의 로버트 스티븐슨 등이 모두 CFO를 거쳤다.
경영난에 처했던 펩시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게토레이로 유명한 퀘이커오츠 인수를 과감하게 밀어붙인 인드라 누이도 지난해 8월 CFO에서 CEO로'승격'했다.
재무전문 출신들의 CEO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글로벌시대의 기업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CEO 후보로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의 경력이 있는 인물들을 찾았다.
하지만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재무경영이 확산되고 기업인수합병(M&A)이 주요 성장전략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숫자에 밝은'CFO 출신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CFO에서 바클레이스 CEO에 오른 존 베를레이는 "CFO는 회사의 모든 것을 숫자로 꿰뚫어 볼 줄 아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재무적 전문성뿐만 아닌 마케팅,리더십 등 경영인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두루 겸비한 CFO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들이 업계에서 환영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인력중개업체 러셀 레이놀즈의 영국측 책임자 루크 메이넬은 "요즘의 CFO들은 재무 능력은 물론 카리스마와 상업적 재능을 갖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FT는 주주들도 지나치게 야심적인 CEO들보다 재무에 밝아 현실 감각이 있는 'CFO출신 CEO'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문은 CFO 출신이 혁신능력과 리더십이 부족하고 시야가 좁다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이고 재무책임자들의 기업경영이 성공만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