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청약예금 금리를 '찔끔' 올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예금의 경우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금리 인상 여지가 적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지만 4년 전에는 오히려 청약예금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를 소극적으로 올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청약예금 금리 인상에는 더욱 인색했던 셈이다.



○청약예금.정기예금 '금리 역전'

22일 은행계에 따르면 2003년 1월 말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의 청약예금 평균 금리는 연 4.87%로 당시 1년 정기예금 금리인 4.71%보다 0.16%포인트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후 청약예금 금리는 계속 하락해 현재는 3.87%로 뚝 떨어졌다. 4.72%인 1년 정기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청약예금 금리는 2003년에 4.9%로 3.8%였던 1년 정기예금보다 훨씬 높았지만 현재는 4.1%로 4.8%인 정기예금 금리보다 0.7%포인트 낮은 상태다. 하나은행과 농협도 4년간 청약예금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떨어져 청약예금 금리와 정기예금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에 대해 임도연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차장은 "국민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은 2000년 이후에 청약예금 업무를 시작해 2003년만 해도 청약예금 관리비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청약예금 금리가 높았던 측면이 있다"며 "이후 관리 비용을 금리에 반영해 청약예금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높은 은행 찾아야

청약예금 금리가 뚝 떨어진 데 대해 기존 청약예금 가입자들이 손 쓸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 일반 예금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금리가 높은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면 되지만 청약예금은 은행 간 갈아타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청약예금을 해지하고 다른 은행의 청약예금으로 바꾸면 청약 1순위 자격을 잃고 신규 가입자 신세로 전락한다.

현재 이들 5개 은행의 청약예금 가입자 수는 265만명 정도로 전체 청약예금 가입자 300만명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가입액 면에서도 12조3000억원으로 전체 청약예금 가입액 13조8000억원의 90%가량 되고 있다. 이들 5개은행의 청약예금 가입자들은 금리가 낮아도 청약예금을 사용한 뒤 새로 가입할 때 금리가 높은 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 청약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외환은행과 광주은행. 이 두 은행의 청약예금 금리는 4.6%로 3.55%인 국민은행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다. 외환은행과 광주은행에서 1000만원짜리 청약예금에 가입하면 같은 조건의 국민은행 가입자들보다 1년에 10만원의 이자를 더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병윤 국민은행 수신팀장은 "청약예금 고객 수가 적은 은행들은 관리 비용이 적게 들어 금리 인상 여유가 더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은행도 곧 적정 수준으로 청약예금 금리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