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셋톱박스 업체로 코스닥 상장사인 홈캐스트의 최대주주인 동승은 지난해 말 전산재료 업체 엠비메탈과 합병을 추진했다.

소액주주들이 실적이 좋은 회사를 판다며 반대했지만 임시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합병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표대결 결과는 달랐다.

당시 지분 3.64%를 가진 우리사주조합이 소액주주 편에 서 합병 계획을 무산시킨 것이다.

결국 최대주주는 경영권은 넘기지 못하고 지분을 팔아야 했다.

종업원 주주의 영향력이 점점 세지고 있다.

애사심 고취나 투자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샀던 우리사주조합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지분을 앞세워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지분 5% 이상을 가진 상장사는 39개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2%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미원상사로 20.63%에 달한다.

만호제강 한신공영 리바트 신흥 등도 10%를 넘는다.

이처럼 늘어난 지분을 바탕으로 우리사주조합이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한때 M&A 이슈로 들끓었던 대한유화 우리사주조합은 최근 효성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 지분 6.87%를 사들이면서 M&A 이슈를 단번에 잠재웠다.

통신장비 업체인 우전시스텍 역시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와 지코프라임 간 주식교환에 반발,주식교환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 전문가는 "우리사주조합이 급부상하면서 회사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의 건강한 견제세력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