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의 '레이저 돌풍'이 끝나가는가.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인 미국 모토로라가 지난해 4분기에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이런 얘기가 나왔다.

레이저는 지난 2년 동안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슬림폰.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을 코너로 몰아세운 바로 그 제품이다.

모토로라는 19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6억24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다고 발표했다.

2005년 4분기에 17.0%였던 영업이익률은 6.4%로 떨어졌다.

특히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률은 4.4%로 곤두박질해 11분기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모토로라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인원을 줄이고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은 11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고 단말기 출하대수는 6570만대로 전년 대비 47%나 급증했다.

덕분에 시장점유율은 23.3%로 소폭 올랐다.

판매량과 매출이 늘었는데도 이익이 급감한 것은 채산성이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주요 원인은 평균판매단가(ASP)가 낮은 저가폰 위주로 판매량이 증가한 데다 고가폰 시장에서 레이저의 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폰 시장에서 레이저 후속으로 내놓은 전략 모델 '크레이저'가 주목받지 못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2004년 4분기에 출시된 레이저는 그동안 7500만대가 팔렸다.

유례 없는 '대박'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면서 가격이 떨어져 더 이상 '캐시카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출시 때 500달러였던 가격이 현재 북미에서 50달러 미만으로 곤두박질했다.

레이저의 인기는 한국 시장에서도 시들해졌다.

판매대수가 지난해 6월 9만4000대를 정점으로 매월 줄어 12월엔 4만1200대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레이저 후속으로 내놓은 크레이저는 대대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레이저만큼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하루 판매량은 500여대에 불과하다.

이에 모토로라 한국법인인 모토로라코리아는 54만4000원인 크레이저 출고가를 최근 49만9000원으로 낮췄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용 휴대폰 개발 및 판매를 소홀히 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쟁사들은 3세대 비디오폰,게임폰 등을 앞다퉈 내놓은 반면 모토로라는 가장 큰 고객사인 미국 AT&T에도 아직 3세대 휴대폰을 공급하지 않았다.

모토로라의 부진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장 호재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격경쟁으로 수출가격이 떨어져 원가구조 개선이 시급해진 데다 지난해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4위에 오른 소니에릭슨이 무서운 기세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드 잰더 모토로라 최고경영자(CEO)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인원의 5%에 해당하는 3500명을 내년 중반까지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카메라와 음악 재생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휴대폰 판매량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 하반기에는 영업이익률을 다시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