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실시된 삼성그룹 임원인사의 특징은 △기술 및 영업인력 우대 △석·박사급 인력 대거 승진 △부사장 및 전무 등 조직의 허리보강 등 세 가지다.

이는 올해 이건희 회장의 경영화두인 '창조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와 핵심 기술 및 강한 실행 주체가 필요하다는 그룹 수뇌부의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기술부문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앞으로 '삼성만의 차별화된 제품 개발'로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영업·마케팅 인력들의 대거 승진은 날로 치열해 지는 글로벌 경쟁에 맞춰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연구개발 등 기술인력 최대 승진

올해 삼성 임원 승진자 가운데 연구개발 부문 인력은 206명으로 전체의 44%에 달한다.

그룹의 신규 임원 승진자 중에서 연구개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7%다.

전체 승진자 중 절반가량이 연구개발 등 기술인력인 셈이다.

이 중에는 세계 최초로 40나노 공정기술 및 신구조(CTF구조)를 이용해 32기가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삼성전자 최정달 상무보,보르도 LCD TV 디자인을 기획한 삼성전자 강윤제 부장 등이 포함돼 있다.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삼성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이들에 대한 보상과 함께 앞으로 창조경영을 위한 기술 드라이브에 주력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기술인력 대거 발탁으로 이번 승진 인사에서 박사 출신은 66명,석사 출신은 119명 등 석·박사 이상 고급 인력이 역대 최대인 185명에 달했다.

이로써 전체 삼성 임원 중 38%가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해 삼성은 더욱 고도화된 조직체계를 갖추게 됐다.

영업 마케팅 인력도 대거 발탁

기술인력과 함께 영업·마케팅 부문에서도 사상 최대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올해 영업·마케팅 부문 승진자는 128명으로 2005년 115명,지난해 112명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이는 최근 2∼3년 사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들이 해외에서 경쟁사와의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결국 경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는 마케팅 역량에 달렸다는 점에서 마케팅 인력을 대거 승진시킨 것이다.

창조경영 실천할 '허리층'을 두텁게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부사장과 전무 등 각 계열사의 '허리'에 해당하는 인력을 대거 보강했다는 점이다.

차세대 CEO급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사장 승진자는 사상 최대인 30명 선에 달한다.

특히 삼성은 부사장 승진자의 67%에 해당하는 20명을 기술직(12명)과 영업직(8명) 출신으로 채웠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부사장 승진자들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분야별 전문가"라며 "이들을 대거 발탁함으로써 이 회장의 '창조경영'을 실천할 막강한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